코로나 때문에 회사 출퇴근은 불안하고 재택근무도 힘든 직장인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사업 등장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가 곤란한 직장인은 물론이고 급감한 매출로 폐업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일본에 등장했다.
도쿄에 위치한 IT벤처기업 클립라인(クリップライン)은 음식점이나 노래방의 빈 공간을 원격근무 장소로 제공하는 사업을 올해 9월 처음으로 선보였고 현재는 수도권 내의 약 240개 점포가 직장인들에게 가게 공간 일부를 원격 사무실로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개인고객보다는 기업들과의 계약을 통해 해당 기업의 직원들에게 사무실출근 없이 집 근처에서 집중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측이 재택근무를 지시했지만 집 안에 적당한 근무공간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여러 가지 사유들로 집안에서는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직원들이 주된 대상이다.
이용요금은 1인당 월 100엔이 기본료로 책정되어 있고 실제 공간대여 시에는 처음 35분은 210엔에, 이후에는 1분당 6엔씩 청구되는 방식이다. 자잘한 계산이 귀찮다면 월 5000엔에 무제한으로 공간대여가 가능하다.
한 예로 노래방 체인점 마네키네코(まねきねこ)는 160개의 점포를 클립라인을 통해 원격근무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각 방에는 와이파이가 있어 주변에 방해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거나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반대로 이용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주변에 대여 가능한 가게와 공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자유롭다.
동 서비스를 개발한 클립라인 측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격근무 제도를 시작하자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공간대여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일본에는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있었고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면서 업무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져 계속된 재택근무로 인한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때문에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기업들의 원격근무 장소 확보는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평가는 어떨까.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IT기업 팩토리얼(ファクトリアル)은 거래처들과의 미팅 사이에 비는 시간을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해 공간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동경로에 위치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감염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부출장 중의 화상회의에도 노래방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용자에게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음식점과 노래방들도 단순히 이용요금을 받는 것 외에 가게인지도를 올린다거나 원격근무 중인 이용자가 도중에 주문하는 식사 등으로 추가적인 매출도 올릴 수 있어 점차 가맹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클립라인 측은 ‘음식점이나 노래방을 업무로 사용한다는 발상이 아직은 퍼지지 않았다’면서도 ‘한번 써보면 편리함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의 사무실 유지비는 직원 1명 기준으로 월 5~10만 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원격근무에 참여하는 직원 수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라며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자신했다.
실제로 앞서 소개된 팩토리얼은 클립라인의 공간대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기존 60인 규모의 대형사무실을 8인 규모로 정리했다.
이전까지 사무실 유지비는 종업원 1인 평균 월 8만 엔 정도가 소요되었지만 동 서비스 덕분에 고정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고 절약한 비용의 일부를 자사 직원들에게 원격수당 명목으로 월 1만 엔씩 추가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자택은 물론이고 주변 음식점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점차 보편화된다면 일은 회사에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가까운 시일 내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