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강은호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풀어야할 두 가지 핵심 과제
산업과 시장 바라보며 업계와 ‘소통’하고, 필요한 방향과 해법 지속 추진할 ‘실행력’ 갖춰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강은호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28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강 청장은 처음에 차기 방사청장을 희망했으나 가능성이 멀어지는 듯하자 방사청 차장 직에서 물러나 국방과학연구소장에 응시했었다. 이후 연구소 내부 반발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다시 방사청으로 유턴해 최초의 내부 승진 방사청장이 됐다.
강 청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정책의 완성은 성과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추진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면 그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성과 창출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현재 시급히 조치할 것이 무엇인지도 면밀히 확인해 달라고 했다.
이와 같이 취임 직후 발 빠른 행보를 시작한 강 청장은 행시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방사청 개청 당시부터 합류한 그는 유도무기사업부장, 방산기술통제관, 기획조정관, 지휘정찰사업부장,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방산 전문가다. 방사청 관계자들도 강 청장이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면서 전문지식과 아이디어가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감사원 출신인 왕정홍 전 청장처럼 방위사업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방사청에서 잔뼈가 굵어 방위사업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도 상당히 알고 있다. 즉 전문성이란 관점에서는 적임자 중 한 사람이 발탁된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얼마나 시장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소통’하며, 필요한 ‘실행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동안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차기 방사청장 인선 기준으로 다양한 행정경험 및 전문성에 토대를 둔 ‘대안조정 능력’과 문제에 봉착하면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겠다는 ‘도덕적 용기’ 그리고 실무자들이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만드는 ‘직업적 사명감’ 등 3가지를 내세웠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지금 강 청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용기’와 ‘직업적 사명감’이다. 향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강 청장은 임명 과정에서 일부 제기됐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대 방사청장 중 방산업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시장을 중시한 최고의 청장이란 평을 얻을 수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강 청장이 자주 인용한 ‘일류 방산’이란 용어가 현실화되려면 시장을 이해하려는 자세로 업계와 허심탄회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저 소통하는 모습만 보이는 요식행위를 벗어나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신뢰 관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방위산업진흥회가 현재 추진 중인 ‘방위산업 육성 발전방안’ 10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 청장이 취임사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방산업체의 애로사항부터 챙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선진국 수준의 제도 혁신에 힘쓰고, 과도한 감사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방산 정책·제도를 다년간 연구해온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국민들 사이에서 방위산업이 국가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기술선도형 산업’이면서 ‘미래 유망산업’이란 인식이 싹트도록 실질적 성과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획득 제도와 방위산업 육성정책의 목표를 국내 조달보다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방산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차기 방사청장의 인선 기준이 언급되고 신임 청장에게 바라는 여러 의견과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강 청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일부 부정적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이는 강 청장이 그동안 보인 모습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으니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부터 강 청장이 풀어야할 핵심 과제는 첫째로 산업이란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업계와 얼마나 진정한 ‘소통’을 갖느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업계가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대상이란 인식이 앞서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통 창구와 소통 방식을 만들어 정부와 업계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로 이렇게 찾아진 방향과 해법을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할 ‘실행력’을 갖고 있느냐이다. 강 청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듯이 성과가 있어야 성공한 것이다. 성과를 창출하려면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실행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이 두 가지 핵심 과제에서 강 청장의 지도력이 새롭게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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