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주택구입 포기한 직장인, 주린이 됐다’
뉴스투데이가 ‘2020년 10대 JOB뉴스’를 선정해 보도합니다. 국내 주요기업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0대 JOB뉴스 3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약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JOB뉴스를 보는 관점이 '코로나19'와 '디지털화'로 인한 다양한 변화 양상에 주목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뉴스투데이가 주요 기업의 홍보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10대 JOB뉴스’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주택구입 포기한 직장인, 주린이 됐다’가 26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①핵심 현상 ▶ 코로나19가 불러온 동학개미운동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의 서막이 올랐던 올해 초,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지며 나타난 증시 폭락을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로 막은 현상을 말한다. 올해 3월에만 외국인은 10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9조 원 가까이 사들인 바 있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 A씨는 “올해 주식시장이 활발했는데 그 시작은 동학개미운동이었다”며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유동자금이 꽤나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말했다.
B씨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만큼, 개인들의 매수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갱신해가며 아직까지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C씨는 “주변에서 욜로를 외치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너도나도 주린이가 되었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악화된 기업실적에 회사가 성과급을 챙겨주지 못하니 주식으로라도 챙겨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주린이는 주식과 어린이란 단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 저금리 기조와 집값 폭등이 엎친 데 덮친 격…직장인 주식투자에 희망 걸어
홍보팀 관계자들은 직장인들의 주식투자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다. 대기업 관계자인 D씨는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 모두 주식을 하고 있다”며 “나같은 경우 두 세달치 월급을 씨드머니로 굴리고 있지만 몇천만원대의 투자를 하는 지인들도 많아 주식으로 일희일비하고 있으며 요즘 이야기 주제도 대부분이 주식이야기다”고 말했다.
E씨는 “주식을 모르는 나도 주식관련 용어, 뉴스를 대부분 알 정도로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한다”며 “다들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투자에 여념이 없다”고 말하며 의견을 보탰다.
또 다수의 홍보팀 관계자들은 늘어난 주식투자 현상은 올해 국내의 비정상적인 주택가격 폭등 현상을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단언했다. F씨는 “일반적인 직장인 월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며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주거는 꼭 필요하며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고 밝혔다.
G씨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자산을 보탰고 이 가운데 부동산은 현재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 주택구입이 더 어려워져 직장인들이 주식에 더 관심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투자하는 ‘영끌’ 눈길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후 12월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는 대출증가를 불렀다.
홍보팀 관계자 K씨는 “월급과 예금으로 부를 축적하던 직장인들이 저금리로 불안감을 느끼며 주식에 집착하게 되는 ‘영끌’ 현상이 발생했다”며 “대출을 받아도 저금리 때문에 대출이자가 크지 않으니 빚을 내서 투자하는 현상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H씨는 “이것이 시대의 슬픈 현실을 반영한 현실이다”며 “영끌에서 시작된 허탈함을 주식에서 보상받으려는 직장인의 슬픈 현실에 공감이 간다”고 답했다.
▶ 2030 세대 투자 증가로 소액투자도 늘어…금융권은 소액 주식투자 상품 선봬
직장인 T씨는 “평소 위험부담을 지는 것을 싫어해 주식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주변에서 월급만으로는 절대로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소액으로 주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J씨는 “부동산 구입을 통한 자산 마련이 불가능해진 청년들이 주식으로 몰려서 카카오나 토스 같은 업체들도 주린이를 위한 서비스 내놓는다고 하지만 모두 소액 중심이다”며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도 여유자산이 충분한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②핵심 원인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의 '나비효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집값 상승과 전세대란은 주린이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임에 따라 서울에 내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일종의 '대안'으로 주식투자가 선택됐다.
홍보팀 관계자 U씨는 “현 정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이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망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서울과 경기권에선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말처럼 내 집을 위해 모은 돈을 주식투자로 이어지게 만든 정부가 다시 한 번 부동산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O씨는 “주택구입을 포기한 직장인이 많다”며 “구입도 어렵지만 괜찮은 매물의 전세 구하기도 힘든 현실이라 이런 현실이 주린이 양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Y씨 또한 “저축으로 주택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2030의 고민이 반영된 사회 현상이다”고 밝혔다. 이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나비효과'가 ‘주린이’라는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 저금리 기조 계속돼 1%대 금리…의미 없는 적금
2020년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내세웠으며 한국 또한 기준 금리를 0.5%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저금리는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은행권의 적금 상품은 더 이상 자산을 불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적금 상품은 1%에서 3%를 웃도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를 함에 있어서 주식은 일정부분의 수익을 자랑하며 접근이 쉽기 때문에 주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업 관계자 W씨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빠르게 오르는 데 반해 자신의 근로소득을 모아 재산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었다”며 “대중적으로 주식투자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요즘엔 은행 적금대신 주식에 모두 주식에 올인하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H씨는 “주식시장은 우선 접근하기가 편해서 나같은 경우 아무 것도 모르는데 주식으로 5일만에 500만원에서 600만원을 벌었다”며 “은행 적금은 돈이 안되고 부동산은 시간투자도 많이해야 하고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피력했다.
③영향력 ▶ 주식시장의 자금유입 장기화 가능성
'주린이' 현상은 향후 주식시장 투자열기를 지속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홍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주식투자는 한국 직장인들의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X씨는 “사회전반에 걸쳐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코스피가 연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이 같은 국내외 금융투자에 대한 열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신고가를 돌파하고 하반기 증권업종의 강세가 일정부분 진행되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사모 수익증권 관련 선지급 이슈는 연내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법이 철회된 반면 부동산 규제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단기간에 시중 자금 유입의 방향성이 변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주린이’ 권하는 사회로 변화
자금을 투자할만한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아 주식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홍보 관계자 P씨는 “사내에서도 올해 유독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적금은 이자가 낮아 집 사려면 주식같은 재테크는 필수가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은 유튜브에서도 주식컨텐츠 유튜버, 주식 정보를 찾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Q씨는 “주택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에서 재테크가 필수인 시대에 부동산에 접근이 힘든 개인들의 투자열풍이 반영되었다”며 “원하는 ‘주린이’가 아닌 원치 않는 ‘주린이화’로 인해 사실 더 피폐해지는 직장인들이 더 늘어난 것도 같다”고 답했다.
▶ 2030 세대, 공격적인 투자 성향으로 변동성에 취약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세대는 젊은 층이다. 젋은 층의 활발한 주식투자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짙어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Z씨는 “2030세대의 주식시장 진입 목적이 추후 주택 구입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성장은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혹시 주식시장의 하락이 온다면 대출을 일으켜 투자한 투자자 중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는 2030세대가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