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칼럼] 문재인 정부의 D.N.A 법을 위한 지혜, 디지로그!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양한 이익 조화시키는 친시장(親市場) 입법 돼야
[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 및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을 내년도 경제정책 목표로 제시하였다. 한국판 뉴딜의 4개 축으로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지역 균형 뉴딜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4개 뉴딜에 대해 정부는 재정투자, 민간 자본 활용, 법제도개선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가운데 디지털 뉴딜을 위해 정부는 내년에 총 12조 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D,N,A 및 비대면경제 육성, SOC 디지털화 등 체감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D.N.A는 Digital, Network, AI의 약자이다.
정부는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전환 뉴딜 10대 입법과제를 세워, 디지털 경제전환법, 디지털∙비대면 육성법 등을 내년 2월까지 완료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여기에는 데이터 기본법, 산업디지털 전환촉진법, 중기 스마트제조법, 디지털집현전법, 원격교육기본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등의 제정과 전자정부법, 국가공간정보법, 소상공인지원법, 전자금융거래법, 감염병예방법등의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이제라도 독자적 정책 목표로 ‘디지털 뉴딜을 통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명시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디지털 뉴딜을 포함한 입법과제를 내년 2월까지 완료 목표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관련 법제도개선이 너무 촉박하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법률의 목적은 다양한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공동선을 위한 최적의 사회적 합의점을 명문화하고 이를 국가가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법과정에서 그 법률이 정부 발의든지 의원 발의든지를 막론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신중한 조문 검토가 사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은 사회 규범 가운데 가장 뒷줄에 선다는 말이 있다. 법이 정부의 정책 목적, 다양한 사회 현상과 다중 시민의 요청을 모두 반영하여 규정화되려다 보니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폭발적으로 대두된 지금도 이러한 법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D.N.A 법은 전통적인 법률과 달리 신속히 확장되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고려하여 규범화해야 하므로, 용어의 정의부터 기존 산업과의 경제적 조화까지 모두 명확히 예정하여야 한다. 이른바, 포괄조항이라 불리는 ‘기타’나 원칙보다 많은 ‘예외’는 지양하고 내용은 구체적이며 선진적이어야 한다. 특히 D,N,A 법은 기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예상하여 순기능은 촉진하고, 역기능은 제거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을 지니기 때문이다.
D.N.A 법의 졸속입법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 시민, 이해관계자들의 공청회등을 통한 의견수렴이 심도있게 이루어 져야 한다. D,N,A 법이라고 하여 법 내용도 디지털의 속도로 제∙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D,N,A 법이지만 속도는 때로는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차분히 점진적으로 개선 보완되어야 한다.
법이 기술을 잘못된 방향으로 추월한다면 법은 그간 플랫폼 규제의 시행착오 등에서 보아왔듯 결국 기술과 산업을 사전적으로 오판하여 규제하게 된다. 규제의 강도와 빈도는 산업입법에서 무척 중요한 나침반이기에 디지털 산업 당사자의 법익을 형평에 맞게 보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덧붙이자면 D,N,A 법의 입법과정에서 절대로 정치적 셈법이나 진영의 계산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산업 발전을 위한 법은 오로지 친시장(親市場)적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친시장(親市場)과 친기업(親企業)은 다른 의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시장에는 크게 다섯 그룹의 이해관계자가 있다. 사회(정부,NGO 등), 파트너(협력업체), 투자자(주주), 직원, 그리고 고객이다.
친시장 정책이라는 의미는 시장참여자들이 상생적으로 공존하되, 기업이 어느 한 이해관계자 그룹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법 제도를 구조화해주는 것이다. 만약 입법부 혹은 정부가 특정 그룹에 편향된 법제화를 하고 정책을 펼치면 결국 시장경제의 근간인 균형과 조화는 무너지고 법은 순정성(Echtheit)을 잃게 된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라는 벙커에서 멋지게 온그린할 수 있는 절호의 승부수이다. 벙커에서 원 샷에 탈출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신중한 자세와 스윙이 필요하듯, D.N.A 법도 속도에 쫓기지 말고 사심 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입안 과정에 시간을 두고 진중해야 한다.
본래 법은 MVP(Most Viable Product)로 태어날 수 없다. 더군다나 D,N,A 법은 아직 우리에게 많은 미지의 과제를 안기고 있다.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검색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조문 제목 개수는 현재 0개이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끝나면 D.N.A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거대한 블루오션을 맞이하는 우리가 단 두세달 만의 출항 준비로 험난한 항해를 견뎌낼 수 있을지 큰 우려가 든다.
정책당국과 입법부에게 디지로그(Digilog)의 지혜를 당부드린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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