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용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만든 2억 육박 ‘마이크로LED TV’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12.12 07:48 ㅣ 수정 : 2020.12.14 20:08

초 양극화 시대에 초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니즈 봤다? /베불런 효과 부르면 성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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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가전시장에도 상륙작전을 펴고 있다.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는 TV 출시를 예고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반도체 실장 기술이 접목된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110형’을 선보였다. 그동안 TV 시장에서는 중국 샤오미 등 TV 제조사들이 마이크로LED 출시 예고를 밝히긴 했지만, 시장에 실제로 내놓은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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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대치점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첫 번째)이 ‘더 월’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마이크로LED 무기물은 ‘번인’ 제로에 가까워 /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LED 칩 2400만개 고밀도로 집적하는 반도체 ‘실장 기술’ 탑재

 

출고가 1억7000만원인, 소위 ‘억’ 소리나는 삼성전자 마이크로LED TV 110형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LED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자발광 TV이다. 자발광이라는 점에서 LG전자 올레드 TV와 같지만, 빛을 내는 소자의 종류는 삼성 LG 다르다. 삼성전자는 무기물 소재를 LG전자는 유기물 소재를 사용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무기물 소재는 유기물 소재와 비교해 소자의 소진 속도가 매우 느려 소자 수명 시간이 10만에 이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기물 소자 소진 속도가 유기물과 비교해 극히 느려 ‘번인’현상도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번인은 고정된 화면을 계속 켜 놓거나 같은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디스플레이를 끄거나 전환해도 화면에 잔상이 남아 얼룩처럼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마이크로LED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카락 굵기 보다 작은 100㎛(1㎛ = 100만분의 1m) 이하 크기의 LED 소자를 기판 위에 고밀도로 집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반도체 실장 기술을 접목했다. TV 제조사들이 마이크로LED TV 출시 계획만 밝히고 실제 시장에 내놓는 데까지 어려움이 있는 여러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타사에서 마이크로LED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 현재까지 제품을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뿐이다”며 “삼성전자가 이번에 제품으로 내놓게 된 것도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LED 칩 2400만개를 같은 간격으로 촘촘히 박아야 하는 기술인 반도체 실장 기술로 체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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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출시한 가정용 마이크로LED TV에는 반도체 실장 기술이 접목됐다. 사진은 마이크로LED TV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반도체 실장 기술이 활용되는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오세은 기자]

 

■ 코로나19 경기침체 악화속에서 ‘억’ 소리나는 TV를 내놓은 까닭은?

 

삼성전자의 이번 신제품 공개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출시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에는 없던, 초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도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마이크로LED TV 110형 공개를 알리는 웨비나에서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가정에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의 니즈가 제법 많다”며 “이러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마케팅을 펼칠 것이고, 이를 VVIP”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1억7000만원이라는 초고가 TV이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분명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명품 소비 경향을 미루어볼 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초고가 전략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통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3대 백화점인 현대·신세계·갤러리아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 21%, 20%, 17%가량 증가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도 느는, ‘베블런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부의 과시를 위해 가격이 오를수록 제품이 더 잘팔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은 올해 7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12% 인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성임에도 명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고 유통업계는 분석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명품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로 보복소비와 ‘베블런 효과’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로 즐길 수 있는 영화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 또한 삼성전자가 초고가 TV 시장을 공략하는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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