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아웃] 그룹 상징과도 같은 서린빌딩 15년만에 2배 가격에 다시 되사야 하는 SK의 복잡한 속사정

정승원 입력 : 2020.12.08 11:04 ㅣ 수정 : 2020.12.10 07:14

2005년 인천정유 매입자금 마련 위해 4500억원에 매각했지만 주인 두번 바뀐 사이 가격은 1조원으로 껑충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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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SK그룹이 2005년 매각했던 종로구 서린동 사옥을 다시 매입하기로 했다.

 

서린동 사옥은 SK그룹에게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시절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유명 건축가 김종성에게 설계를 맡길 정도로 애정을 보였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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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서린빌딩. [연합뉴스]

 

SK는 2005년 인천정유를 사들이기 위해 이 빌딩을 450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주인이 또 한번 바뀌었지만 줄곧 서린빌딩을 임차해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매입한다면 그룹 상징을 되찾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투자 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내 부동산 투자가 과열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들인다면 팔았던 가격의 2배 이상을 주게 되어 SK그룹으로서는 속사정이 복잡하다.

 

SK는 2005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게 건물을 매각했고, 이후 2011년 하나대체투자자산이 운용하는 부동산펀드가 이 건물을 사들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SK그룹은 서린빌딩을 사들인 부동산펀드에 지분 65%를 투자했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SK그룹으로서는 서린빌딩 투자자이자 임차인인 묘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 측은 이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SK그룹은 2011년 서린빌딩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권을 보장받은 상황이어서 유리한 입장이다.

 

매각 과정에서 예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이지스자산운용이 평당 3900만원을 제시했다. SK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함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시도는 무산됐지만 서린빌딩 몸값은 이미 1조원 정도로 치솟은 상태이다.

 

투자자이자, 임차인인 SK그룹으로서는 서린빌딩 매각가격이 1조원대로 올라가면서 속내가 복잡하다.

 

투자한 건물이 비싸게 팔리면 나쁘지 않지만, 부동산펀드의 35%는 국민연금이 갖고 있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SK로서는 달갑지 않다. 매입가격은 온전히 SK가 내고, 투자금은 국민연금과 나눠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서린빌딩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가격을 무리하게 낮출 경우 국민연금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는 것이어서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SK그룹 측은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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