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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차 수도권 운행제한은 사유재산권 침해하는 환경부의 ‘행정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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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1.30 16:23 ㅣ 수정 : 2020.12.02 07:15

2019년에만 수천억원 투여된 DPF사업 외면받아/DPF 장착 대신 조기폐차 선택한 5등급 차량 소유자가 9배 육박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시행으로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DPF(배기가스 후처리장치, Diesel Particulate Filter)를 부착하지 않은 5등급 차량은 수도권에서 운행할 수 없다.

 

5등급 차량 소유자들은 DPF를 장착과 조기폐차라는 양자선택을 해야하는 처지인 것이다.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5등급 차량 소유자들은 대부분 ‘DPF 장착’보다는 ‘조기폐차’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매년 12월부터 다음년도 3월까지 평상시보다 조치를 강화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저감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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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 차량에 대한 ‘일괄적’인 수도권 진입 규제 실효성 의문 [사진제공=픽사베이]

 

본지가 입수한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6월 말 현재 국내 총 자동차 대수 2320만대 중 5등급 차량은 247만대였다. 이중 DPF를 장착한 차량은 24만1883대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발표된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5등급 차량은 178만대로 69만대가 줄었다. DPF를 장착한 차량은 약 32만대이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DPF를 추가로 부착한  5등급 차량은 8만대에 그친 반면에 조기폐를 한 차량은 69만대에 달한다. 지원금을 받고 조기폐차를 선택한 5등급 차량 소유자가 9배에 육박한다. 

 

대다수 5등급 차량 소유자들은 환경부의 지원금을 받아 DPF를 장착하는 것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조기폐차를 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DPF는 400만원에서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고, 환경부는 그 중 90% 안팎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PF를 장착하려면  40만원∼100만원 안팎의 자비를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해 6월 기준 수도권 5등급 차량 약 86만대 중 DPF 미조치 차량은 68만대를 훌쩍 넘었다. 환경부가 지난 해 681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정작 5등급 차량 소유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DPF를 달지 않은 나머지 차량과 관련 “5등급이라 폐차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5등급 차량은 연식이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폐차 보조금’을 받고 폐차하도록 정부에서 유도를 한 것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유차를 줄여나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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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공해조치 현황(2019년 6월 기준) [표=이서연 / 자료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

 

■ 한번 분류되면 끝, 배기가스‘배출량’과 상관없는 ‘태생적’ 등급 분류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환경부의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정보는 ‘운행’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이 아닌 자동차를 ‘제작’할 당시에 배출가스 인증기준이 적용되어 산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매겨진다는 점에 있다. 운용 및 차량관리 상태에 따라서 4등급 차량이 5등급 차량보다 미세먼지 등과 같은 배출가스량이 더 많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등급 차량만 수도권 운행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제작차’ 배출허용기준이 3~4년 주기로 강화되면서 2012년 이후 출시되는 자동차는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으로 인해 2006년 1등급을 받았던 자동차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배출가스 등급 분류에 대해 “자동차가 1Km 주행했을 때 나오는 물질을 g(그램)으로 측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등급 분류표는 배출허용기준의 ‘최대값’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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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분류 기준 [표=이서연 / 자료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

 

환경부 교통환경 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5등급으로 분류되는 차량은 제작 당시 ‘EURO 3’를 기준이 적용됐으며 2006년부터는 ‘EURO 4’로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EURO-6경유차를 3등급으로 설정한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배출가스 등급은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배출수준’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기 때문에 경유차 중 가장 최신 저감기술이 적용된 EURO-6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최고 3등급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하며 “이는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휘발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2등급 차량 중 가장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 휘발유차도 EURO-6 경유차에 비해서는 배출량이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운행’차는 차량의 관리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작’당시의 기준을 적용하는 게 최선이다”고 설명하면서 “차종 별로 적용되는 기술이 달라 그 부분(기술, 연료의 종류)이 등급을 매기는 핵심이다”고 주장했다. 

 

■ 경유차량 중 44.4%는 5등급으로 분류되지 않아/실제 배기가스 배출량과 무관한 ‘행정편의주의’ /환경부 관계자, “정기검사 통해 배기가스 배출량 파악 어려워”

 

실제로 전기차 및 수소차는 1등급, 하이브리드차는 1에서 3등급, 가솔린 및 가스차는 1에서 5등급, 경유차는 3에서 5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3등급으로 분류된 차량 중에도 경유차량이 있는 만큼 배기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고자 하는 정책의 목적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와관련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같은 기준으로 인증 받아도 차량별 제원이 다른데 연식만으로 등급을 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같은 연식 내에서도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배출량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다며 “차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일이 파악해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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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등급 분류 결과[표=이서연 / 자료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

 

그는 “노후차량(5등급 분류 차량)의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해서는 교통안전공단에서 1년마다 한번씩 정기검사 등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마다 이뤄지는 경유차 정기검사에서 배출가스 기준을 분명히 정해 통과되지 못한 차량을 대상으로 단속하는 게 도심지역의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길 아니냐”는 질문에는 “차량 소유자들은 정기검사를 통과하면 괜찮은 줄(배기가스 배출량이 적합한 것으로) 착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다”며 “정기검사, 정밀검사, 종합검사, 간이검사 등은 차량 상태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모순되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의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자동차 등급분류가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차량운행을 하다보면 배출량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5등급으로 분류되지 않은 경유차량은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44.4%를 차지한다. 운행제한과 같은 후속적 조치가 없어 배기가스를 과다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배기가스 과다 배출 가능성이 높은 차량 소유주들에게 배출가스 상태를 통보해 자발적인 정비 및 점검을 실시하도록 해 배출가스가 적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기검사 등을 통해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인 셈이다.  따라서 환경부의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조치는 환경오염 방지 및 사유재산권 보호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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