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에 플로리스트가 살아남는 법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주춤하는 듯 했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도 줄줄이 연기되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플로리스트(Florist)’들의 일감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하다.
■"용돈벌이 수준이었던 수입마저도 반토막", "경쟁 치열해져 업체측에서 물도 못쓰게 하는 등 갑집도"
플로리스트 K씨(31)는 “원래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본인의 역량에 따라 수입격차가 굉장히 크긴 했다”며 “그래도 호텔이나 웨딩 장식 등 규모있는 작업을 주로 하는 플로리스트들은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탄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플로리스트들은 부케나 꽃다발 작업을 통해 생계유지의 대부분을 유지하는데 이마저도 결혼식, 입학·졸업식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니 수입이 작년에 비해 반도 안되는 규모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플로리스트 K씨는 “호텔, 웨딩 작업팀은 건수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략 70~80%정도 수입은 유지되는 것 같다”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의 ‘맥퀸 플라워 스쿨’에서 1년가량 유학을 했다는 K씨는 “꽃꽂이 일일 강좌 등으로 겨우 용돈벌이만 하는 수준이다”면서 “이 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반토막 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호텔장식, 웨딩 플라워 전문 팀 소속 플로리스트 L씨(28)는 “코로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거의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L씨는 결혼식이 얼마나 줄어들었냐는 질문에 “한 달에 100건이라고 치면 30건으로 줄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스트 팀끼리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아무래도 웨딩업체 측에서도 갑질 아닌 갑질을 한다”고 말했다. L씨는 “서초의 한 유명 웨딩업체에서는 생화를 고정시키는 워터폼을 적실 물을 웨딩홀 건물에서 쓰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며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여나 다음 계약에서 다른 업체에 밀릴까봐 물도 싣고 다닌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 K씨와 함께 런던의 맥퀸 플라워 스쿨에서 유학을 다녀온 후 홍대입구 근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M씨(30)은 “코로나 사태 이전이었다면 가게를 소유하고 있는 플로리스트들의 수입원이 훨씬 안정적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져서 오히려 월세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꽃은 냉장고(꽃 전용) 등에 보존을 아무리 잘해줘도 3-4일 버티면 오래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작년에는 매일 새벽에 양재 꽃시장에 가서 꽃을 떼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화로 대체해서 전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도 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 홍보를 꾸준히 해와서 젊은 손님들이 가끔씩 찾아와주시고 가게라도 있으니 일일 공방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M씨는 “20대나 30대는 SNS홍보가 익숙해서 개인 주문을 가끔씩 받기라도 하지만 동네의 오래된 꽃집, 특히 4,50대 분들은 가게를 빼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소강될 때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며 안타까워 했다.
양재, 고속터미널 꽃 시장 등 도매업자들은 영업시간과 꽃 유통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다.
양재 꽃시장에서 8년간 도매업을 해온 L씨(43)는 “3월, 5월, 12월이 대목인데 올해는 코로나가 유행 시기에 모두 걸쳐 연간 수입이 말도 못하게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