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01125500368
단독인터뷰

'인재유출' 비상걸린 HMM 노조, 배재훈 사장 옹호하며 산업은행 비판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지민
입력 : 2020.11.27 07:43 ㅣ 수정 : 2020.11.29 18:27

HMM 노조 관계자, "매년 50~60명 퇴사, 10월부터 임금협상 시작했지만 사측이 정부와 채권단 설득 못해"//산업은행, 국적 해운사 '인재관리' 실패?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글로벌 해운업이 10여년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일한 국적 외항해운사인 HMM(구 현대상선, 사장 배재훈) 이 고질적인 인재유출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인 HMM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지원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인재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이 노조에 의해 제기됐다. 

 

HMM 노조는 25일 뉴스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선박뿐만 아니라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주목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노조와 배재훈 사장 간의 불화설은 일축했다. 오히려 배 사장은 이 같은 조직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다면서, 채권단에 화살을 겨눴다. 

 

 

image
배재훈 HMM 사장. [사진제공=HMM, 그래픽=뉴스투데이]

 

다음은 HMM 노조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

 

"10년 적자에 이탈하는 직원 늘어, 배재훈 사장은 최선 다하지만 권한 없어" 

 

Q. 지난 24일 피켓시위를 벌였다. 피켓시위를 벌이게 된 배경은?

 

A. 회사가 10년 동안 계속 적자였다. 직원들도 이를 이해했기 때문에 급여가 오르지 않아도 버텼다. 선사 중에서 연봉 수준이 16위 정도로 떨어지기도 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올해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나서도 회사와 채권단은 ‘큰 폭의 급여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직원들은 고생하며 기다린 보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사측과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선사 중에서도 워낙 연봉이 낮아 이탈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올해는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와 채권단의 입장 때문에 회사가 처한 현실을 채권단에게 전달하고자 피켓 시위를 벌였다.

 

Q. 일각에서는 피켓 시위가 배 사장을 겨냥한 시위라는 얘기도 나왔다.

 

A. 전혀 사실이 아니다. 피켓에 관련 내용이 적혀있다는 것 역시 거짓이다. 현 상황에 사장님을 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직원들에게 뭔가를 잘못한 것도 아니고 사장님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사장의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 "유일한 국적선사인데 중견선사보다 연봉은 20% 낮아, 비전제시도 없어"

 

Q. HMM 직원들이 일반 기업에 비해서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안다.

 

A. HMM은 유일한 국적선사임에도 불구하고 타 중견선사에 비해 연봉이 20% 정도 낮다. 작년 연말을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의 과장급이 연봉 9000만원대 중반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HMM의 경우 과장은 6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연봉을 받고 있고 팀장이 돼도 8000만원대 중반의 연봉을 받는다.

 

물론 중소기업에 비해서는 당연히 많은 월급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국내 중견선사들과 경쟁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는 친구들이다. 훌륭한 인재들에게 “이제 열심히 했으니 같이 성장하자”며 비전을 제시해야 직원들도 회사에 머물고 싶은 이유가 생기는 것 아니겠냐. 지금은 좋은 직원들이 나가고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회사의 경쟁력만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같은 물류회사로 인력 빠져나가"

 

Q. 인력 유출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A. 사무직이 아니라 배를 타는 직원들도 있는데 이 배는 클수록 힘들다. 근데 HMM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배도 가지고 있다. 배를 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서류를 제출하고 보고서를 처리하는 등 업무가 가중되면서 이를 못 버티고 나가는 직원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사실상 더 나은 처우의 중견선사로 가는 게 더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다.

 

배를 한 번 타면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타야 하는데 그조차도 인력 수급이 되지 않아 다 한 명의 직원을 교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배에 탈 사람도 부족한데 내년에는 정부로부터 16000TU의 배 8척을 받을 예정이다. 대체 그 8척에 어떤 직원이 탈 건지?

 

Q. 유출 인력들은 주로 어디로 가는지? 대략적으로 매년 어느 정도의 인원이 퇴사하는지?

 

A. 유출되는 인력들은 현대 글로비스로 가장 많이 빠진다. 이외에도 삼성 SDS와 같은 물류 회사로도 빠진다. 올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인력 유출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지난 5년 동안 평균 1년에 5-60명 정도였다. 그중 10-20%의 직원들이 현대 글로비스나 삼성 SDS에 입사했다.

 

■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정부는 선박지원 이전에 인재 이탈 고민해야"

 

Q.사측에서는 꾸준히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금협상 상황은?

 

A. 임금협상 자체는 10월부터 시작했지만 11월 말인 지금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 역시 이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채권단 또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논의하려는 포인트는 한국의 해운 인재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키울 것이냐인데 인재를 키운다는 측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은행, 나아가 정부 역시 배 여러 척을 지원하기 이전에 좋은 직원들이 왜 떠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