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 않은 재택근무 감시프로그램 보급에 일본 직장인들 질색팔색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는 코로나를 이유로 국가를 막론하고 재택근무가 빠르게 보급된 한해였다.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덕분에 출퇴근 지옥철도 피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유연한 근무환경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재택근무 태도를 내심 걱정하는 기업들이 많았던 탓일까.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감시프로그램의 광고와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일본 직장인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6개월 여 간의 재택근무를 마치고 최근 도쿄 신주쿠로 다시 출퇴근을 시작한 직장인 A씨는 출근길에 지하철 안의 한 광고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해당 광고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실은 모두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대로는 생산성이 떨어지겠죠?’라는 문구로 재택근무 감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A씨는 ‘감시를 당하는 입장이 대부분일 지하철 승객들이 멍하니 그 광고를 보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집에서 일하더라도 성과만 제대로 낼 수 있다면 문제없는 재택근무의 시대가 일본에서는 이미 끝나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일본에서는 재택근무의 보급과 동시에 이러한 감시 프로그램의 개발과 판매도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당장 일본의 대형 포털사이트에 접속해서 ‘재택근무 직원감시’나 ‘원격근무 근태관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을 감시하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재택근무자가 사측이 배포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이후에는 재택근무자의 키보드 조작횟수를 그래프로 변환하여 기업 측에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표시시간은 1분 1초까지 설정이 가능하여 말 그대로 재택근무자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재택근무자는 컴퓨터 앞에 앉고 일어설 때마다 착석버튼과 이석버튼을 반드시 눌러서 정확한 근무시간을 표시해야 하고 근무 중에는 보고 있는 모니터화면이 랜덤하게 사측에 전송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에 대해 직장인들은 개개인의 성과가 아닌 근무시간만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일본기업들의 잘못된 관습이 재택근무마저 망쳐버렸다는 입장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에 얼마나 오래 앉아있는지, 타자를 얼마나 열심히 두드리는지는 업무성과와 비례할 수 없지만 이런 표면적인 측정만으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평가하려 드는 사측에 질색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감시 프로그램 도입은 기업과 직원 간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감시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당장의 근태관리보다 이와 같은 부작용들을 먼저 충분히 이해하고 검토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