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79)] 성공하려면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하라(하)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11.17 14:48 ㅣ 수정 : 2020.12.04 10:12

당시 군 역사상 최초인 ‘장애물 및 장벽 전산화’는 창의적인 전투준비로 평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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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1984년 사단 사령부에 전산실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그곳은 기온에 민감한 컴퓨터들이 있어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이 잘되어 환경은 좋았지만 출입제한 구역이었다. 그래도 작전장교는 확인 방문이 허용되어 가끔 들려 차를 한 잔씩 했다.

전산실에서 전산 장교로부터 장비들과 업무 및 기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생도시절 전산을 배울 때 키펀치 카드로 컴퓨터 언어를 구사했던 기억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 전투지휘검열 수감을 받는 장면과 박격포 측정을 받는 모습 [사진제공=국방홍보원]
 

■  콜럼버스 달걀 같은 ‘장애물 및 장벽 전산화’로 창의성있는 전투준비 인정받아

'식소사번(食少事煩)'은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많다'는 뜻으로 제갈공명이 위나라 명장 사마의와 대치하고 있을 때 나온 사자성어이다. 사단 작전장교의 업무 중에 가장 실속없이 바쁜 것은 군단 및 군사령부에서 요구하는 현황 파악 보고였다.

당시에는 모든 것들이 수기로 작성되어 병력・장비・물자・진지・장애물 등의 현황이 매번 파악할 때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가장 급한 것은 전투지휘검열을 앞두고 정확한 현황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우선, 지뢰지대, 낙석, 도로대화구 등 장애물 현황을 정확히 유지하도록 고민을 하던 중에 전산실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전산장교와 상의를 했더니 전산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비문인 장애물이력카드를 전산장교에게 건네면서 장애물 번호, 장애물 위치와 종류, 갯수 및 담당부대 등의 순으로 입력하도록 협조했다. 

일주일 동안의 작업이 끝나자 전산 출력지에 장애물의 모든 현황이 입력되어 책 한권이 되었다. 이를 바로 비문으로 등재하고 전투지휘검열 시에 장려사항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전투지휘검열이 시작되자 하루 동안의 행정 검열에 이어 예하부대 별로 개인 및 공용화기 사격 측정, 그리고 비상 발령되어 부대 전체가 출동 준비를 하고 진지에 배치되었다. 사단장과 참모들이 소속된 사령부는 부여된 상황에 따라 진지 변환 및 예비 지휘소로 이동하면서 전술적 상황조치와 지휘부의 지휘절차 역량을 평가 받았다.

평가 결과 군단장 방문 시 부대 지휘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주요 현장 사진 위주로 꾸며진 새로운 방식의 보고서와 함께 1984년 당시에는 콜럼버스 달걀처럼 군 역사상 최초였던 ‘장애물 및 장벽 전산화’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창의적으로 전투준비를 한 사단장의 지휘역량이 돋보이며 검열 분위기가 칭찬 위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송영근 장군(육사27기)이 강조했던 성공하는 비결인 “첫째, 자기일에 정통하라. 둘째, 미리 계획하고 행동하라. 셋째,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하라”는 세 가지가 적용됐을 뿐만 아니라, 손자병법에 제시된 장수의 덕목과 자질인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을 실천한 김관진 작전참모(육사28기)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멋진 전투지휘검열 수검이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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