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의 주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해 중징계 결정을 내린 가운데,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받은 라임펀드 판매사의 현직 CEO(최고경영자)이기 때문이다.

KB증권이 최종 확정된 금감원의 제재안을 받아들인다면 각자대표 중 한명인 박정림 대표의 연임이 어려워져, 여러 사업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의 경우처럼 KB증권이 제재안에 불복해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금감원, 3차 제재심 중징계 의결…2명의 전·현직 CEO는 사전통보보다 징계 수위 한단계씩 낮아져 / KB증권 박정림 대표는 ‘직무정지’서 ‘문책경고’로 /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는 ‘문책경고’서 ‘주의적경고’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3사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및 임원 중징계를 의결했다. 사전통보에 비해서는 2명의 CEO의 제재 수위가 한 단계씩 낮아졌다. 하지만 향후 거취에 제한을 받는 중징계라는 점에는 변동이 없다.

지난 달 7일 금감원 검사국은 이들 증권사 3곳에 임원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직무정지’를 통보받은 CEO들은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현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박정림 현 KB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등 총 4명이었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10일 제재심에서는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에겐 사전통보안과 마찬가지로 ‘직무정지’가 부과됐다. 다만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겐 각각 한 단계씩 감경된 ‘문책경고’와 ‘주의적경고(경징계)’가 내려졌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감봉)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면직) 등 다섯 단계로 나뉘는 임원 징계 중 중징계에 해당한다.

직무정지를 통보받은 임원은 그 즉시 직무에서 배제되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4년동안 금융지주,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일단 현 임기를 마친 뒤 3년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전직 임원의 경우 곧장 취업 제한이 발효된다.

■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직무정지’ 통보 / 금투협, “나재철 회장은 금투협회장직 유지”

중징계를 받은 이들 전현직 CEO 중 현직 임원은 박정림 대표와 나재철 회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나재철 회장의 경우 2022년 12월31일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11일 출입 기자단에 “금감원이 직무정지 권고는 금융기관(증권사) 직무 정지를 뜻하는 것이지 민간 유관기관인 금투협회장 업무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확인해준 바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나재철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장직 임기가 만료된 이후 4년 간 금융회사 취업에 제한을 받게 된다.

■ 금감원 제재심 확정·수용시 박정림 대표의 WM사업부문 등에 ‘리더십 공백’ / 업계, “KB증권 불복할듯, 장기 소송전 가능성 높아”

박정림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으면서 KB증권 대표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박 대표는 2019년 1월 김성현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체제로 KB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 대표가 WM(자산관리),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 등을 맡고 김성현 대표가 IB(투자금융), 홀세일, 글로벌사업부문 및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라임사태 임원 징계 제재심에 박 대표만 회부된 이유는 박 대표가 KB증권 펀드 판매를 총괄하는 WM 부문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라임과는 별개의 펀드 부실 사건으로 제재심에 회부돼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받았다.

따라서 박정림 대표의 중징계가 최종 확정되면 당분간 KB증권은 김성현 대표 단독 체제로 갈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WM 등 여러 사업부문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 제재안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KB증권이 이에 불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가 확정된 우리·하나은행의 경우처럼 KB증권도 행정소송 등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며, “적어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은 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라임사태의 파장과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보다 낮은 수위의 중징계를 확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금감원 제재심이 의결한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에 차례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3곳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이르면 다음달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