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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야기 (118)

종로와 청담의 명품 쥬얼리 샵에 만연하는 ‘마초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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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1.08 06:21 ㅣ 수정 : 2020.11.21 10:52

남성 디자이너 A씨, “여성보다 연봉 2배 많아 너무 미안해”/여성 디자이너 B씨, “임신한 선배는 일하다가 잘려”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여성 차별이 만연한 종로 귀금속 거리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종로는 청담과 함께 ‘예물의 메카’라 불리며 오랜 시간 동안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종로는 귀금속판매업체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와 디자인 회사 등 귀금속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작지 않은 규모의 ‘귀금속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귀금속 등의 장신구(쥬얼리)를 착용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그러나 여성들을 위한 쥬얼리를 만드는 쥬얼리 업계에서 정작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 차별이 만연하다. ‘마초이즘(machoism)’이 만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여성을 위한 쥬얼리 산업은 ‘남초 사회’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는 값비싼 금, 은, 보석 등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큰돈이 오고간다. 하지만 정작 관련 종사자는 많지 않다고 한다.

종로의 한 유명 디자인 회사 디자이너 A씨(35세)는 “생각보다 훨씬 큰돈이 오고가는데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몇 안된다”면서 “업계가 굉장히 좁아서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거래는 대부분 현금으로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쥬얼리라고 하니까 보통 사람들은 여성 근로자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80~90%가 남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유통, 판매 등 사업 운영자의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 근로자 비율도 낮다는 설명이었다. 여성을 위한 쥬얼리 산업은 ‘남초사회’라는 것이다.

■ 남초사회에서 만연하는 여성 근로차의 차별 경험/ 업계 좁아 불합리한 대우에도 목소리 내기 어려워

 

이 같은 성비구조로 인해 여성 근로자의 ‘비애’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차별 경험’을 겪게 된다. A씨는 “나는 흔치 않은 남자 디자이너”라면서 함께 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연봉 차이가 난다”면서 “같은 업무를 해도 월급이 2배 이상으로 차이 나는 경우도 봤다”고 씁쓸해 했다.

A씨는 업계가 좁아서 부당한 대우에도 여성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가 너무 좁아서 애들(주로 여성 디자이너)이 말을 못해요. 버티다가 아예 다른 분야로 나갈 생각하고 그만 두거나… 그래도 이 일(쥬얼리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이 악물고 버티는 거죠. 다른 회사 대표는 대놓고 ‘여자들은 250만원 이상 월급 줄 생각 없다’고 했대요. 그런데 저희(남자직원)들은 사실 많이 받으면 500~600만원도 받거든요. 화기애애하다가도 월급 얘기라도 나오면 그냥 입 다물어버려요. 미안하긴 하지만 저도 오너가 아닌 이상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문제니까…”

또 다른 여성 디자이너 B씨는 “디자이너 몇 안 되는데 혹시라도 불이익이 올까 두렵다”면서 인터뷰를 망설이기도 했다.

디자이너 B씨는 “연봉으로 남자 디자이너와 차별 받는 것이 당연히 억울하다”면서 “전반적으로 종로(쥬얼리 업계)의 분위기 자체가 보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명품 쥬얼리 브랜드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던 그는 “너무 열악한 근로 환경에 점점 꿈이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면서 “할 말 다하고 당찬 성격이었는데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대우에도 고개 숙일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다른 직장인들에게는 당연한 월차조차 없다”면서 “임신한 선배 디자이너가 쉬지 못하고 일하시다 결국 잘리다시피 그만 뒀다”고 전했다.

그는 “유능한 여성 디자이너들이 이런 대우 밖에 못 받는 게 정말 억울하고 속상하다”면서 “한번은 대표(쥬얼리 디자인 업체)가 넌지시 본인 눈 밖에 나면 이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뉘앙스로 넌지시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며 “큰 쥬얼리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업계가 좁아 일단은 다 참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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