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02)] 일본 직장인들이 한국 직장인들 보다 추운 집에서 사는 이유

김효진 입력 : 2020.11.03 10:41 ㅣ 수정 : 2020.11.03 10:42

단순히 바닥 난방 유무의 차이가 아닌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은 단열기준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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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직장인들은 매우 추운 집에서 살고 있다. 통계를 보면 일본의 집은 한국 집들보다 평균 실내기온이 5~8도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곤 요즘 지어지는 주택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겨울에는 집 안에서 쉽게 한기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코타츠(거실테이블 밑에 전열장치를 설치하고 이불을 씌운 난방기구)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추위를 피하는 것은 절대 80, 90년대의 오랜 풍경이 아니고 지금의 일본이다.

 

 

일본 직장인들은 한국보다 실내기온이 5~8도 낮은 집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이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은 바닥 난방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일본도 온수사용을 위해 집집마다 보일러가 필수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바닥 난방으로 연결하는 건축방식도 흔해졌고 바닥 난방이 어렵더라도 냉난방용 에어컨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집들이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몇 십 년 전에 정해진 단열기준을 좀처럼 개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일본 국토교통성이 조사한 주택 및 토지 통계조사의 결과를 보면 아무런 단열대책도 없이 추위에 무방비 상태인 주택이 전체의 39%에 달했다. 37%는 1980년에 정해진 단열기준에 따라 지어져 있었고 14%는 1992년, 나머지 5%만이 1999년의 단열기준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일본인들마저 일본 집들의 얇은 벽과 창문으로 인한 추위에 새삼 놀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통계로 보더라도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이후 2013년에 다시 한번 단열기준이 강화되었지만 의무가 아닌데다가 일반인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건축회사들은 아직도 1999년의 낡은 단열기준을 고단열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건축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이나 기타 선진국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단열과 에너지절감 기술을 빠르게 도입 및 발전시키는 것에 비해 일본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관련 정책에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최신 단열기준을 모든 중소형 주택건축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법안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년에 있었던 소비세 인상과 더불어 코로나로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강화된 단열기준을 예외 없이 강제해버리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는 말이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일본에서는 주택구입을 고려하는 사람을 위한 팁도 여러 가지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모델하우스에 가면 집안을 구경하지 말고 모델하우스 뒤의 공터를 가보는 것이다.

 

그럼 십중팔구 2~3대의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고 있을 텐데 이처럼 집 한 채를 위해 복수의 실외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것은 단열이 매우 허술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결국 그 집을 구입하더라도 비싼 전기세를 계절마다 지출하거나 더위와 추위에 시달려야만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일본 직장인들은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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