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사 ‘중징계’ 예고한 금감원에 증권업계 집단반발, 징계 수위 영향은 ‘미지수’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1조원 대 금융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판매사에 ‘중징계’를 예고한 금융감독원에 최근 증권업계가 단체 탄원서를 내면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 등 대형 금융사고에 대해 줄곧 판매사에 대한 ‘엄벌’ 기조를 내려온 금감원에 증권업계가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금감원 징계 수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 대신·KB증권, 신한금투에 ‘중징계’ 예고한 금감원에 증권업계 ‘집단반발’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DLF에 이어 라임 판매사에도 적용되고 있는 금감원의 중징계가 과도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금감원은 라임 판매사 3곳에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에 따른 책임 등으로 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예고했다. 해당 전·현직 임원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박정림 현 KB증권 대표 등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감봉)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면직)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중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 직무정지는 4년, 해임권고는 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6시간에 걸친 금감원과 증권사 간의 치열한 논리공방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제재심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국내 증권사 CEO 30명은 라임 판매사 제재와 관련해 선처를 요청하는 단체 탄원서를 금감원과 국회에 보냈다.
제재 대상인 KB증권 역시 최근 라임사태의 책임이 금감원에 있다는 내용의 탄원 문건을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서 KB증권은 “금감원은 검사 담당 임직원에 대한 조치나 반성도 없이 금융기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부디 이런 점을 고려해 당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의 타당성 및 형평성을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판매사는 펀드운용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데, 책임론은 판매사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심지어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기와 관련해서는 금감원 간부와 연관된 정황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금감원의 펀드 부실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금융업계 단체 탄원서에 금감원 검사국, “큰 의미 없다…최종 결정은 제재심 위원회 몫”
라임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증권사까지 합세해 금감원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금감원 징계 수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징계 원안을 제출하는 검사국은 “최종 결정 권한은 제재심 위원회에 있다”며 공을 넘겼다.
금감원 검사국 관계자는 30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종결정권은 제재심 의원들에게 있기 때문에, 검사국 입장에서는 증권업계의 탄원서로 인해 징계 수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사국으로서는 탄원서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감원 제재심은 제재 대상자와 검사국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후, 제재심 위원이 논의를 거쳐 안건을 의결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때 검사국은 징계 원안을 제출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사를 징계할 때 검사국이 제출한 징계 원안을 제재심에서 뒤집거나 수위를 낮추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와 같이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간에 징계 수위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한 만큼, 라임 판매사에 대한 제재심 결론은 올해 안에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DLF 사태 역시 3차례에 걸친 제재심 끝에 결론이 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