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01)] 비정규직은 상여나 퇴직금 안 줘도 된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 직장인들 멘붕

김효진 입력 : 2020.10.30 14:24 ㅣ 수정 : 2020.10.30 14:25

10년을 정규직처럼 일해도 상여금은커녕 퇴직금조차 0원인 비정규직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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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비정규직 직장인들은 사측에게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영원히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올해 기업과 직장인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정규직 사원의 상여금과 퇴직금을 둘러싼 2건의 소송이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끝을 맺었다.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번 달 13일 비정규직에 대한 상여금과 퇴직금의 미지급에 대해 ‘불합리하다고까지 볼 수 없다’며 원고 최종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법원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2심인 고등재판소까지는 상여금과 퇴직금 모두 사측이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국의 2165만 비정규직들은 갑작스런 역전패소로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상여금이 쟁점이 된 재판은 오사카의과대학에서 근무하던 파트타임 직원이 제기한 소송으로 최고재판소는 정규직 직원들이 시약(試薬)관리 등의 주요 업무를 맡은 것과는 달리 (원고는) 업무내용이 간단했기 때문에 상여금의 미지급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재판관 5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원고패소가 결정됐다.

 

도쿄 메트로의 자회사 메트로커머스(メトロコマース)와 퇴직한 계약직원 사이에서 발생한 퇴직금 지급청구 소송에서는 해당 직원이 약 10년 여간 근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규직 직원과의 역할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퇴직금 미지급이 합당하다는 판단에 재판관 5명 중 4명이 동의하며 다수결로 역시나 원고가 패소하였다.

 

다만 이견을 표한 재판관 1명은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사측이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에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송에서는 다른 판결이 내려질 여지는 남게 되었다.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에 대해 기업 측은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인데 한 대형 자동차 제조사의 간부는 ‘정규직과 같은 비용지불이 필수가 되어버리면 바쁜 시기에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고용하는 업계의 관행이 무너진다. 타당한 판결이었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격차는 2013년에 시행된 일본 노동계약법 구20조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심지어 현재 일본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들이밀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과 비정규직 간의 소송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도쿄대학(東京大学)에서 노동법을 연구하는 미즈마치 유이치로(水町 勇一郎) 교수는 ‘이번 판결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법이 개정되기 전의 기준에 따른 판단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일하는 방법의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며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의문을 표했다.

 

일본대학(日本大学)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치는 안도 무네모토(安藤 至大) 교수 역시 "(비정규직에게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의미의 판결은 아니다"라며 "법률은 최저 레벨의 기준만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자들이 납득하고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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