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이재용과 정의선의 ‘우정시대’ 열렸다

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0.30 05:24 ㅣ 수정 : 2020.11.01 10:18

고(故) 이건희 회장 장례식 전후로 목격된 3가지 풍경 /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특별한 관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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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례식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간의 돈독한 유대관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재계 3세 최고경영자(CEO)간에 ‘우정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무성하다.

 

두 사람 간의 친밀감과 신뢰를 드러내는 4가지 풍경이 장례식을 전후해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빈소에 현대 펠리세이드를 타고 나타난 (왼쪽)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8일 비공개 영결식에 참여한(오른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래픽=이서연]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한 이재용, 천붕(天崩)아픔을 현대차로 표현?

 

우선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하고 나타났다. 이는 부친을 잃은 천붕(天崩)의 아픔을 표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고른 데에는 나름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삼성 총수 일가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다른 유가족들은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로 건물에 들어갔으나 이 부회장은 뒷좌석에 두 자녀를 태우고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는 정문으로 들어섰다.

 

삼성 관계자는 “해당 팰리세이드는 이 부회장이 최근 사적인 용도로 타고 다녔던 개인 차량으로 회사 법인차가 아니다”며 “아들과 딸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직접 차를 운전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가 현대차에서 중국시장 재기를 위해 투입한 차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베이징모터쇼에 참가해 대표 모델로 팰리세이드를 공개했다. 중국 현지에서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심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실제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시장 회복 전략’을 별도 공개하면서 “중국에서 현대차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해 팰리세이드를 모터쇼에서 공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에도 제네시스 G90, 기아 카니발 등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팰리세이드를 선택한 것은 현대차에 대한 개인적 선호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강화를 염두에 둔 경영전략적 행위라는 이야기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박영선 장관이 전한 이재용의 ‘현대차 칭찬’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이 전한 이재용 부회장의 ‘현대차 칭찬’도 흥미롭다. 박영선 장관은 지난  27일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던 고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이 부회장과 20여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박 장관에 따르면, 박 장관이 상생정책에 대해 설명하다가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상생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정 회장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현대차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이 우리 공장을 먼저 찾아왔고 저도 현대차 연구소를 방문했다”면서 “(연구소에) 가보니 현대차가 왜 1등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년, 30년 씩 근무해온 장인이 있었다”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박영선 장관이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의 협력을 당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박 장관은 “대한민국 1세대 기업을 이제 이끌어 가야하는 분들이 서로 잘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이 부회장은 “앞으로 더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 정의선은 5대그룹 총수 중 첫 조문, 영결식에도 참석

 

정의선 회장이 26일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28일 열린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한 것도 흔치 않은 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조문을 마친 후 “고인께서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을 방문해 이건희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처음으로 단독 회동한 바 있다.

 

창업 3세대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젊은 총수’의 교류로, 선대부터 재계 서열의 선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향후 보다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연결’, ‘협력’하는 상생 관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회장이 주도한 ‘K-배터리 회동’ 역시 두 총수 간의 교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정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지 두 달 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답방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재계 총수에게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공식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탑재될 배터리 물량을 추가로 발주했으며 삼성SDI 역시 다른 경쟁사들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에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 전기차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품들이 탑재되고 있지만 삼성SDI 배터리는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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