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 KT 구현모 ‘실력 나왔다’…‘묵은 숙제’ 풀고 플랫폼 사업 승부수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KT는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해 앞으로 B2B사업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겠습니다.”
KT 구현모 대표와 경영진은 28일 ‘Digital-X 서밋 2020’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한다는 성장 방향성을 제시했다. KT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역량을 강화해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혁신)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K뱅크 증자·케이블TV 인수 문제 해결
지난 3월 KT의 수장이 된 구현모 대표가 7개월 동안 KT의 구조적·사업적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손 본 것은 K뱅크 증자문제와 케이블TV 인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두 사업 건을 ‘묵은 숙제’라고 표현하면서 “K뱅크는 BC카드가 1대주주가 되면서 증자가 이뤄졌고 최근에는 현대HCN 인수계약을 하며 내실을 다졌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구 대표가 K뱅크와 케이블TV 문제를 해결하면서 KT가 보다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먼저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의 타이틀로 출발했지만 유상증자 문제로 고전을 겪었던 K뱅크는 BC카드가 최대주주로 나서고 우리은행도 추가 증자에 참여하며 안정화한 지배구조를 만들어냈다.
지난 13일에는 현대HCN 인수계약을 하면서 미디어 사업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KT 그룹은 미디어 부문(올레tv·스카이라이프)에 현재 1125만명의 고객을 보유했으며 여기에 현대HCN 인수를 통해 총 1256만명을 확보했다. 가구수로 환산하면 국내 유료방송 이용자의 약 50%를 웃도는 수치로 추산된다.
나아가 구 대표는 미디어 부문이 아닌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놨다. 구 대표는 “저도 KT에서 M&A 전문가로서 성장하며 역량을 키웠다”며 “KT의 사업부문 중 전략적인 흐름이 같은 기업이나 파트너가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장률 1%는 유선통신 감소의 메가트렌드 때문…‘비통신’ 미디어 분야는 5년간 20% 웃도는 성장률 기록
KT 그룹은 지난 5년간 단 1%만 성장을 했을 정도로 정적이고 변화가 부족한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구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KT의 혁신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KT 성장률은 집전화·통신분야의 수입이 감소한 것이 전체에 영향을 준 것일 뿐, 실제로 미디어·기업 IT솔루션·DX 등 통신대비 규제영향이 적은 사업분야는 같은 기간 미디어 20%, 기업 IT 솔루션 18%, DX 8%의 성장률로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선통신의 이용자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전세계적인 메가트렌드라고 분석한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선언한 이유도 통신 사업의 한계를 인식, 빠른 기업전략의 변화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디어 부문은 2014년 매출 6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약 20% 가까이 성장했고 현대HCN인수 시 2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등을 포함하면 미디어에서만 3조원의 매출을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에는 미디어 외에 ‘비통신’ 분야에 높은 성장률을 가진 사업이 많다”며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 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B2B 사업 강화…KT 엔터프라이즈로 디지털 혁신 주도
KT는 B2B DX(디지털 혁신)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론칭해 앞으로 비통신 분야의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ABC역량, AI(인공지능)·Big Data(빅데이터)·Cloud(클라우드)의 전문성을 갖춰 파트너사와의 상생·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윤영 기업부문장 사장은 KT 엔터프라이즈와 관련, “B2B 사업매출은 현재 KT 매출에서 35%를 차지하고 있는데, 오는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먼저 비대면(언택트) 분야 총 6개, 금융 제조 사회간접자본(SOC) 물류 의료 등에서 DX 성공 모델을 창출하고 이후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 엔터프라이즈 출범으로 KT는 기업이 가진 역량과 가치를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내년엔 B2B 사업 자회사 분사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구 대표는 “이번 KT의 사업전략은 신사업 30년 역사에 가장 혁신적인 변화”라며 “앞으로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