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31)] 신기술 적용하려면 ‘시제품 개발’ 활성화하는 제도 만들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10.25 07:19 ㅣ 수정 : 2020.10.23 15:48

미국·프랑스 같은 신속획득제도 신설하고 수의계약 가능하게 국가계약법도 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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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세미나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국방분야 과학기술 적용’이란 주제로 국방정책토론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KRINS]
 

시제품 개발 후 전투실험 거쳐 체계개발로 연계하는 제도 필요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을 얼마나 신속히 무기체계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방위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국방부 연구공학차관이 미 의회에서 “기술개발의 속도가 아니라 현장에 기술을 접목시키는 속도가 문제”라고 언급한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국방부가 주최하고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이 주관한 국방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4차 산업혁명과 국방분야 과학기술 적용’이란 주제로 발표한 국방과학연구소(ADD) 류태규 박사는 “미국과 프랑스처럼 최신기술을 적용한 시제품(Prototype)을 개발해 전투실험 을 통해 전력화에 필요한 요구조건을 구체화하는 신속획득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박사는 “ADD 국방첨단기술연구원에서 추진 중인 ‘미래도전기술개발 사업’은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무기체계 개발에 우선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는 신개념의 신기술을 개발하여 그 결과물을 시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즉 사업 목표가 소요 창출에 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시제품을 개발해 체계개발로 연계하는 신속획득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신기술·신개념 무기체계 개발은 미래도전기술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시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이것이 체계개발로 발전해야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유연한 개발 절차가 마련되면 전력화 소요기간이 단축돼 최신 기술의 적시 전력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속시범획득 사업도 개조 개발 및 시제품 개발과 연결 가능해야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국방연구개발에 신속히 접목하기 위해 2018년 획득차관 밑에 있던 연구공학차관보를 연구공학차관으로 승격시켰고 예하에 이를 수행하는 국방혁신단(DIU)을 신설했다. 프랑스도 2018년 국방혁신국(DIA)을 신설,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식별하고 신속한 시제품 제작과 전투실험을 통해 체계개발로 연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류 박사의 시제품 개발 활성화 주장에 대해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적극 공감하면서 방위사업청이 올해 처음 추진 중인 신속시범획득 사업도 이런 관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 사업은 민간제품을 신속히 구매해 시범 운용이 끝나면 종료되며, 이후 소요군이 필요하면 기존 획득 절차에 따라 중기 또는 긴급 소요로 반영할 수 있다.

 

아직 선정된 제품들의 시범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섣부른 감은 있지만 민간제품이 군 소요에 적합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운용개념이 맞아도 부분적인 개조 개발 또는 별도의 시제품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도 “신속시범획득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개조 개발 또는 시제품 개발과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신속획득제도의 신설과 아울러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국가계약법의 문제까지 보완돼야 시제품 개발이 활성화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환 박사(KIST 자문위원)는 “미국·이스라엘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시제품 개발 권한을 주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우리는 시제품 개발을 경쟁시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시제품 아이디어 절도 막고 개발 성공하면 수의계약 할 수 있어야 

 

그는 “국가계약법에 모든 계약은 경쟁 입찰을 하도록 돼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면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국가계약법에 ‘국방 연구개발의 경우 시제품 개발은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개발 우선권을 줄 수 있다’는 단서조항만 넣으면 해결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에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를 명시한 다양한 조항들이 나온다”면서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품목으로서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이 군사적 효용성과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한 품목도 이 조항에  포함되면 신속시범획득 사업 등을 통해 채택된 제품의 수의계약이 가능해진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박사와 유 센터장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시제품 개발 업체 선정 과정에선 채택된 기술 아이디어에 우선권을 주되 개발된 시제품이 우수하고 군사적으로 유용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맺어진다.

 

현재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방위산업을 위한 별도의 계약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법 제정과는 별개로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의 우수한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신속하게 전력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시제품 개발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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