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13)] 농심 신라면블랙이 밝혀낸 미국인의 '사골국물 재평가'
농심 관계자, "미국인은 사골국물을 건강식으로 인식"/신춘호 농심 회장의 '뚝심 예언' 적중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쇠고기 육수가 생소한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한국의 맛을 알리는 K푸드가 되었다. 특히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전 세계 라면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20년 세계 라면 1위에 등극했고, 더트레블이 뽑은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렸다. 그 비결은 뭘까.
이와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흥미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미국인의 '사골국물에 대한 재평가'에 신라면 불랙이 일조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사골(고기 베이스의 국물)이 들어간 음식은 건강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인스턴트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지만 신라면블랙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닭고기 육수 쓴 일본 라면은 1달러, 사골육수 신라면 블랙은 3달러
이 관계자는 “기존에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일본 라면의 경우 1봉지당 가격이 1달러가 되지 않지만, 신라면 블랙의 경우 봉지당 가격이 3불이 넘는다”며 “미국 소비자는 사골육수가 더해진 신라면 블랙이 일반 한국 라면보다 부드럽다고 느끼며, 사골 등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사골 육수 요리 등은 생소했지만, 미국내 차이나타운 등이 생기며 이러한 육수로 맛을 낸 음식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사골 육수가 건강에 좋다고 인식개선이 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짜파구리 등 한국 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월마트 전 점포에서 입점해 있는 농심의 라면을 소비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미국 공략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신라면블랙은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외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이 4억개에 달하지만, 국내 첫 출시되었을 당시 4개월 만에 생산중단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뚝심 있게 한국의 맛을 고집하면서 품질을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결국 미국인들은 '사골 육수에 대한 재평가'를 했고, 그 결과 신라면블랙은 미국에서 세계 최고 라면 1위가 됐다는 해석인 셈이다.
■ ‘닭고기 육수’ 즐기던 미국 시장에서 한국 ‘사골 육수’ 진가 발휘
실제로 신라면블랙이 1971년 해외 진출 1호 시장으로 정한 미국에서는 치킨 스톡 등 국물 요리에는 닭고기를 베이스로 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라 소고기를 베이스로 한 음식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외면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라면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라면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소고기 육수의 라면을 사용해 매운 라면을 선보이는 농심은 초창기 미국 내 한인 시장을 공략했다. 교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쉽게 이뤄졌지만, 그 외 시장은 높은 장벽이 되어 사업확장은 순탄치 않았다.
농심은 19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역에 ‘농심아메리카’ 현지 법인을 설립해 미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신라면과 육개장 사발면 등 국내 주력 제품을 그대로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은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 될 것이다”라며, 미국 시장점유율 1위였던 일본 라면과 유사한 닭고기 육수 제품이 아닌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매콤한 농심 라면 그대로의 맛을 지키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은 지금까지 변함없다.
1988년 농심의 미국 수출 실적은 200만 달러 수준에서 1995년 1650만달러로 올랐으며, 1998년에는 2500만달러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농심 미국 법인 매출액은 전년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한 ‘뚝심 경영’의 성과는 해외 시장에서 신라면블랙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 꼽히게 되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신라면블랙은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즐겨온 ‘설렁탕’에서 힌트를 얻어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도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힘을 쏟았다. 농심은 가마솥 원리를 이용한 신규 설비를 통해 식재료의 깊고 진한 맛을 살리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저온에서 농축하는 기술로 우거지와 무 등 채소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려 이를 통해 원재료의 향까지 라면 수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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