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395)] 불안심리 확산에 어김없이 등장한 코로나 음모론 “판데믹은 정부가 조작”
김효진 입력 : 2020.10.08 11:30 ㅣ 수정 : 2020.10.08 11:31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유행했던 국가음모론이 코로나와 함께 다시 부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짜다’, ‘코로나는 단순한 감기다’, ‘판데믹은 정부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구다’와 같은 문구를 내걸고 외출자제와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번져가고 있다.
실제로 도쿄도지사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7월 국민주권당의 히라즈카 마사유키(平塚 正幸) 당 대표는 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함과 동시에 시부야공원 앞에서 10번째 코로나 반대연설을 진행했다.
코로나는 그저 감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 히라즈카 당 대표의 연설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모여 동조의 목소리를 냈고 이 중 50여명은 연설이 끝난 후 마스크 없이 지하철을 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시민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은 대중들에게 코로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예방법을 전파하여 감염방지대책에 동참하지 않는 인원을 늘릴 뿐만 아니라 향후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접종을 거부하며 코로나를 더욱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어 특히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이 빠르게 퍼진 사례는 일본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인공지진 테러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전례가 있다.
모든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허무맹랑한 가설에 사람들이 현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동을 제외하면 커뮤니티의 붕괴가 만들어낸 사회적 고립과 자존감의 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오히려 단절되고 정보교환과 마음의 평안을 잃은 사람일수록 익명의 제3자가 제공하는 자극적인 이야기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현실을 역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사고방식에 현혹되기 쉽다는 것이다.
올해 5월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집단 안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이들,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 본인 스스로의 인생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비슷한 집단이 코로나 발생 이후에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졸리 역시도 각종 음모론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해독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범인(凡人)들은 알 수 없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자신을 남들보다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처럼 유난히 타인과의 거리를 중시하고 본인의 생각과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환경일수록 코로나 음모론은 객관적 검증이 결여된 채 끝없이 확산될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5G의 보급으로 인해 발생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접종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심으려 한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이 유난히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사실상 일본사회 자체가 갖고 있는 오래된 병폐에 그 원인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