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직업] ‘세월의 모가지’를 틀어쥔 73세 가수 나훈아
다양한 세대에 의한 '나훈아의 재조명' 현상 벌어져/대중가수라는 직업의 수명을 재규정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가황(歌皇) 나훈아가 15년 만에 '온라인 콘서트' 형식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올해로 일흔 셋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래 실력은 물론,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체력과 ‘솔직 화통’의 매력을 선보였다. 그의 열정은 세월의 흔적을 잊게 했다.
이번 무대가 끝난 뒤에도 나훈아의 노래와 주장에 다양한 세대가 열광하는 분위기이다. '나훈아의 재조명'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가 2020년에 또 다시 빅스타로 주목받음으로써 대중가수라는 직업의 수명을 재규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많은 국민들이 '노익장의 매력'을 과시한 나훈아를 통해 희망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음’ 가지고 노는 타고난 ‘소리꾼’ 나훈아, 15년 만의 안방극장 컴백
지난달 30일 KBS 2TV에서는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방송됐다. 시청률은 이날 방송 3사 프로그램중 최고치인 29%를 기록했다. 나훈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이번 공연에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대인 나훈아는 장장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선사하면서도 지친 기색도 없이 압도적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공연을 이끌었다.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빛바래지 않은 가창력과 쇼맨십, 무대연출을 보여준 것이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총 3부 분량의 공연은 ‘고향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그의 대표 히트곡을 망라했다. 1부에서 그는 배를 타고 등장하며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불렀고, 3부에서는 직접 북을 치며 ‘잡초’를 부르기도 했다.
오랜만에 TV에서 보고 듣는 그의 음색은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지 않은 듯 매끈했다. 음을 밀고 당기고, 꺾고 늘이는 내공은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소리꾼’ 수식어답게 자유자재였다.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간드러지게, 때로는 힘 있는 목소리는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가황(歌皇)’이라는 수식어를 그의 앞에만 붙일 수 있었던 이유를 노래로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 신곡 ‘테스형!’ 통해 밝힌 가수 나훈아의 직업 철학, "세월에 끌려가지 마라"
이날 방송에서는 나훈아가 지난달에 발표한 신보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등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테스형!’에서 테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줄여 부른 것으로 나훈아는 이 노래를 부른 뒤 “우린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서 살고 있다”며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렇게 세월은 또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더라.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은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 있으니 이왕 세월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세월을 끌고 가야 한다”는 가수 나훈아의 인생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15년 만의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나훈아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무대에 서야 했지만, 세월의 흔적도 퇴화시키지 못한 그의 노래 실력과 체력, 그리고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철학을 ‘솔직 화통’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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