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겸용기술사업 기술료 납부 문제점 개선 필요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편집자>
■ 부처(기관)별 기술료 징수 방식 상이…방산기업 ‘정액기술료’ 적용 받아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민·군겸용기술사업은 정부출연금과 기업부담금으로 연구비를 마련해 기술을 개발하며, 개발이 완료되면 정부에 기술료를 납부한다. 기술료는 개발이 완료되면 납부하는 ‘정액기술료’와 매출이 발생해야 납부하는 ‘경상기술료’ 방식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정부부처(기관)에 따라 징수 방식 적용이 상이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그동안 민·군겸용기술사업에 여러 차례 참여해온 한 방산 중소기업이 최근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와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면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적용하는 징수 방식과 상이한 ‘기술료 관리규정’이 있음을 알게 됐다. 더구나 그 규정은 감사원이 이 분야를 감사한 후 문제가 부각돼 지적한 부분을 개선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이 방산 중소기업들 간에 알려지면서 현행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민·군기술협력사업 공동시행규정’과 방사청의 ‘민·군겸용기술사업 공동시행규정’의 기술료 적용 조항에 대한 논란이 대두됐다. 중기부와 기술료 징수 상황이 유사함에도 별도 법령으로 다르게 적용하여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민·군겸용기술 개발과제를 주관하는 방산 중소기업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민군협력진흥원과 협약을 맺게 된다. 이 때 협약서상에 본 협약은 ‘민·군기술협력사업 공동시행규정’(산자부 훈령)을 따르거나 ‘민·군겸용기술사업 공동시행규정’(방사청 훈령)을 따른다고 명기하게 되며, 그 규정에 따라 기술료도 납부해 왔다.
해당 규정에는 ‘영리기관의 경우 정액기술료 징수 방식을 우선 적용하고, 비영리기관의 경우 경상기술료 징수 방식을 우선 적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액기술료를 적용 받아 개발과제가 종료되면 매출과 무관하게 정부출연금의 10%를 기술료로 납부해야 한다. 반면, 방산 중소기업에 경상기술료를 적용한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 감사원, 정액기술료 징수는 기술료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이미 지적
감사원은 지난 2015년 7월 실시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실태’에 대한 특정감사에서 기술료란 R&D 성과에 대한 실시권의 대가이므로 매출 발생과 관계없는 정액기술료 징수 방식은 기술료의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술료의 제도 취지에 맞게 기술료 징수 시점을 매출 발생 시로 변경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정액기술료와 경상기술료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납부 방식의 편의성과 감면 혜택 등의 이유로 기업들이 경상기술료를 기피하고 정액기술료를 선호해 2011∼2013년간 99.5%가 정액기술료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기업 설문조사에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술료를 납부하는 것’에 불만이 가장 많았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중기부는 지난해 2월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기술료 관리규정’을 일부 개정하여 중소기업이 정액기술료보다 경상기술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또 중소기업 기술개발 과제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도 당시에 ‘경상기술료 매뉴얼’까지 만들어 공지했다.
이 매뉴얼은 경상기술료를 정부에 납부하기 위한 세부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뉴얼 첫 페이지를 보면 ‘매출 발생과 무관하게 징수하는 현행 정액기술료는 기술료 취지에 맞지 않고 기업에 부담을 유발하므로 상용화 R&D 특성에 맞게 경상기술료를 도입한다’고 제도 도입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정액기술료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체계종합업체가 채택하지 않으면 기술 사장돼
중기부가 이런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산자부와 방사청은 기술료와 관련된 시행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듯했다. 물론 현행 규정에도 ‘우선 적용’이란 문구가 있어 정액기술료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지 경상기술료를 적용할 수 없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규정에 따라 방산 중소기업들은 지금까지 정액기술료를 납부해왔다.
이와 관련, 한 방산 중소기업의 과거 사례를 보면, 2∼3년 간 진행된 ‘OO 기술 개발’ 등 2개 과제에 정부가 77억 1200만원을 출연하고 이 기업도 25억 9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기술들은 개발이 완료됐지만 아직 활용되지 못해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기업은 ADD에 기술료로 3억 6천여만원을 납부했다. 그나마 개발에 참여한 다른 업체가 있어서 분담한 액수이다.
이 기술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적용될 무기체계의 체계종합업체로 어느 업체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개발 기술의 채택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한다. 만약 체계종합업체가 개발된 국산품 대신 값비싼 수입품을 선택할 경우 77억원이 넘는 정부 돈을 포함해 103억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된 기술이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중소기업은 기술료를 포함해 약 29억원의 돈을 부담하고 기술 개발을 완료해 시제품도 만들었지만 아직 단돈 1원도 벌지 못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이유는 성공하면 상당한 매출이 발생해 이윤을 얻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그런 보장이 없다면 기술 개발에 뛰어들 기업이 과연 있을까?
■ 경상기술료 적용으로 규정 바꾸고, 개발 기술 활용되도록 제도화해야
방산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중기부의 개정 사례를 참고하여 정액기술료 대신 경상기술료를 우선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자부와 방사청의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하며, 업체가 이미 납부한 정액기술료도 경상기술료로 전환하도록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민·군겸용기술사업으로 개발된 기술은 유사 무기체계에 우선 적용되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방산 전문가들도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술 개발을 추진해놓고 체계종합업체가 개발에 성공한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업체의 피해를 초래하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반드시 활용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입장은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정액기술료의 납부 편리성과 감면 혜택 등은 선호하지만 납부 시점은 경상기술료처럼 매출이 발생한 이후이길 원한다. 방사청은 감사원이 이미 중소기업 현실에 부합된 방향으로 답을 내놓은 상황이므로 방산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하루빨리 기술료 징수 방식에 대한 검토 작업에 돌입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