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하루에도 여러 번 우리들의 핸드폰을 울리며 코로나 감염현황과 확진자 이동경로 등을 전달하는 재난문자. 사람에 따라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재난문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옆 나라 일본은 어떤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코로나 정보를 전달하고 있을까.
일본 후생노동성은 국민들에게 수시로 문자를 발송하는 대신 코로나 감염자와의 접촉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COCOA를 지난 6월 19일에 내놓았다. COCOA는 COVID-19 Contact-Confirming Application의 약자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용자들끼리 일정 거리 이내로 가까워지면 서로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되는데 이후에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사용자가 본인의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과거 14일 간 그와 반경 1m 이내에 15분 이상 머물렀던 모든 사용자들에게 알람이 가는 방식이다.
이전에 애플과 구글이 공동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일본 후생노동성이 일본버전으로 바꾼 것인데 잘만 활용한다면 코로나의 감염경로를 빠르게 추적하고 추가감염을 억제할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COCOA 역시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수많은 코로나 대응책과 마찬가지로 용두사미의 길을 걷고 있다. 출시 석 달 만에 COCOA가 국가예산만 낭비한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 확진자가 해당 사실을 자발적으로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양성판정을 받아 코로나와의 사투를 시작한 환자가 핸드폰을 켜고 본인의 확진정보를 일일이 입력할 여유가 있을까.
익명성이 보장된다고는 해도 개인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들이 선뜻 먼저 자신의 확진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려고 할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 번째는 애초에 COCOA를 설치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COCOA를 설치한 후 코로나 확진자와의 접촉이력이 있다는 알람을 받은 이들이 ‘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고 어플리케이션에 응답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국민들의 COCOA 설치를 종용했다.
하지만 일본경제신문은 8월 23일 기사를 통해 COCOA를 통해 알람을 받은 이들의 80%가 PCR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때문에 COCOA 이용자들로부터 ‘밀접접촉 사실이 있다는 알람만 받고 검사는 받지 못해 불안만 증폭됐다’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감염자와 밀접 접촉하여 COCOA 알람을 받은 경우 희망자 전원이 무료로 PCR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서둘러 민심달래기에 나섰지만 이후에 어느 기사에서도 해당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COCOA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본국민의 60% 이상이 COCOA를 설치하고 활용해야만 한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9월 18일 기준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는 1712만 건(일본인구 대비 약 13.5%)에 머물렀다. 또 어플을 통해 확인 가능한 확진자 이동경로는 일본의 누적 확진자 7만 8290명에 비해 보잘 것 없는 814건(전체 확진건수 대비 4.8%)이 전부였다.
아베에 이어 99대 일본총리에 취임한 스가 정권이 특단의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COCOA는 일본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불안만 조장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