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상반기 실적 호조’ 이끌어낸 저축은행의 승부수 3가지는
저축의 메리트 잃어버린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상품 강화·특화상품 출시·언택트 집중이 주효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초저금리로 인해 예·적금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이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0년 상반기 저축은행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79개의 올 상반기 저축은행은 전년도 말에 비해 자산과 자기자본이 증가했다. 상반기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82조6000억원으로 2019년 말(77조2000억원)대비 7%(5조4000억원)가 늘었다.
순이익 또한 68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5676억원) 대비 14.5% 증가했다. 이 중 이자이익이 2651억원으로 크게 상승한 것을 보아 대출로 인한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저축은행의 총 대출은 69조3000억원으로 전년말(65조원)대비 4조3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저축은행의 수익상승 요인은 첫째 ‘중금리 대출 상품 강화’다. 중금리 대출상품이란 기존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상품보다는 금리를 낮추되 제1금융권의 신용 인증 보다는 폭을 넓힌 상품이다. 주로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로 넘어 오는 현상이 잦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은 가계대출총량제한이 없다. 따라서 자사의 대출 규모를 정하는데 자유롭다는 이점도 작용해 대출의 이자를 줄이고 규모를 늘리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중금리 상품이 증가한 것이 저축은행의 상반기 실적 호조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올 상반기 각각 27조8000억원, 39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조7000억원, 2조원 증가했다. 즉 저축은행의 상반기 호실적은 증가한 신용대출이 견인했고, 중금리 상품이 신용대출을 늘릴 수 있는 초석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중·저금리 대출상품의 규모를 늘려나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업계 선두주자인 SBI저축은행의 중·저금리 개인 신용대출은 지난 8월말 기준 전체 대출상품의 59%로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말 9.5%에서 지난달 15.94%로 높아졌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49.19%에서 63.05%로 상승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저금리 신용대출의 증가세에 대해 “자사는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중금리 대출을 선보였고 올해는 규모가 쌓여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이는 것 같다”며 “SBI저축은행 같은 경우 중금리 대출을 거의 메인으로 취급하고 있고 이것이 상반기 실적을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 층을 겨냥한 특화상품 출시도 실적 호조에 큰 역할을 했다. 저축은행은 여성전용 대출 상품과 직장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등 특정 층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4월 SBI저축은행은 여성 직장인 전용 대출인 'SBI중금리(W)' 상품을 출시했으며 여성에 특화된 중금리 대출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웰컴저축은행은 여성전용 대출상품으로 만20세 이상 여성이라면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을 내놓았고 OK저축은행은 주부대상 대출을 선보이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 운영으로 쌓여진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해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대출상환의 가능성이 컸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여성을 상대로 은행사들이 전용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IBK저축은행은 지난 1일 직장인 대상 중금리 대출 상품인 ‘i-빅론’과 ‘i-패스트론’을 출시했다. 연소득이 2400만원을 넘는 직장인이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i-패스트론’의 경우 24시간 실시간 대출이 가능해 은행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에게 편리성을 제공했다.
IBK저축은행 관계자는 “직장인은 자영업자보다 현금회수가 쉽고 안정적이라는 이점이 있다”며 “아직 신상품이기 때문에 실적을 계산할 순 없지만 현재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이밖에 ‘언택트 집중’도 저축은행 실적 호조에 한몫을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297개로 전년동기(305개)대비 13개가 감소했다. 수요가 적어 적자를 기록하는 은행점포를 줄이고 비대면 은행앱을 강화하고 오픈뱅킹을 시행하는 등 언택트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저축은행 79개사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합의를 마친 상태고 오픈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에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오픈뱅킹 서비스를 구축해서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중금리 대출의 경우 채무 불이행 등에 대한 손실 위험이 가중화 될 위험성이 있고, 신용대출의 이자 증가로 인한 이익 증가세는 결국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의 위험이 커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며 손실흡수를 제고하고 건전성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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