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패러다임 전환하는 이재용의 삼성전자, 5G 시장 ‘게임체인저’ 신호탄 쏘다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9.09 06:21 ㅣ 수정 : 2020.09.09 06:21

고객의 니즈를 정조준한 삼성의 마케팅전략과 이재용 부회장의 ‘인맥 경영’이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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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에 집중된 사업부문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해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5세대 이동통신(G) 산업에서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7일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8982억원(66억 4000만달러) 규모의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미래산업에 대한 180조 투자를 통해 삼성의 지속가능한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중 4대 신성장 동력이 바로 인공지능(AI)·5G·바이오·시스템 반도체 등이었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첫 성과가  5G분야에서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로 구성된 ‘빅3 체제’를 뒤흔들게 됐다. AI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겨냥한 5G산업은 초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판도는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지 2019년 11월 14일자 보도 ' [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⑥ 5G 통신장비 1위 삼성전자, 특허괴물 화웨이 넘어야' 참조>

 

지난해 1월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이재용 부회장의 ‘국제 인맥’ 주목, 버라이즌 CEO와의 극비 회동 및 화상전화 통해 ‘담판’ 벌인 듯

 

삼성전자가 버라이즌의 5G장비사업을 수주하게 된 것은 기술경쟁력, 가성비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 기업인들과의 소통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 협상을 최종 타결로 이끄는 것은 어차피 최고경영자(CEO)들 간의 담판인 탓이다.

 

이 부회장은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극비리 방한한 한스 베스트베리 CEO를 직접 만나 5G 사업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계약을 앞두고도 베스트베리 CEO와 여러 차례 화상 통화를 하며 이번 공급 계약 관련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국제적 인맥’은 결정적 시기에 위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조치를 계기로 한일 경제갈등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일본으로 날아가 생산 현장 방문, 현지 경제인들 면담 등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초기 단계인 미국 5G시장 선점, ‘화웨이 대안’으로 성장 가능성 주목돼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장비 공급을 통해서 기존 글로벌 5G 시장에서의 ‘빅3’ 구조를 흔드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13.2%로 1위 화웨이(35.7%), 2위 에릭슨(24.6%), 3위 노키아(15.8%)에 이어 4위에 자리한다. 그러나 미국이 5G 통신망 구축 범위를 올해 들어 지속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5G 장비 공급에 나서기 때문에 이같은 시장점유율은 올 하반기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월 미국 정보는 5G 보급을 위한 236억달러(한화 약 28조556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 금지 명단에 올렸다. 버라이즌에 공급망이 막혀버린 화웨이에 삼성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더욱이 일시적 반사이익이 아닌 이유로는 5G 통신장비는 한번 공급해 기지국에 설치하면 교체 주기와 과정이 복잡해 한 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납품을 받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5G 장비 공급을 계기로 급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잡았다는 게 중요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5G 장비가 특히 미국시장에서 ‘화웨이 대안’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이통사들은 5G망 사업자에게 종속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가성비를 중시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을 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보안 리스크’ 의혹을 사고 있는 화웨이에 비해 상대적인 강점이 된다. 

 

이번 공급체결은 삼성전자의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삼성이 납품하는 5G 장비 등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메모리를 통칭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포함되는데,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글로벌 5G 시장점유율 확대로 인한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상승도 기대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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