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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을 알리는 삼성전자 이재용과 카카오 김범수 간 서열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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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8.17 16:18 ㅣ 수정 : 2020.11.21 15:51

카카오의 지분가치 증가율, 삼성전자의 25.4배 / 고용인원은 삼성전자가 카카오의 38.9배 / 인건비 총액도 삼성전자가 카카오의 49.3배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주식부호’ 서열에서 처음으로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게 밀려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지난 17일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에 의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7조 3518억원에서 지난 14일 기준으로 5.35%(3934억원) 늘어난 7조 7452억원이 됐다. 이에 비해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 지분가치는 3조 8464억원에서 136%(5조 2371억원) 폭등한 9조 835억원이 됐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잇는 부동의 2위였던 이 부회장은 3위로 한 계단 내려섰고, 지난해 5위였던 김 의장이 2위로 올라섰다. 물론 주식부호 1위 자리는 이건희 회장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지만, 주가상승률 면에서 삼성전자가 카카오의 경쟁상대 조차 되지 못한다는게 충격적이다. 

 
삼성전자 이재용(왼쪽) 부회장과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사진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지각변동은 내부 깊숙한 곳에서 진행 중인 빠른 산업구조 변화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투자자들의 사랑이 변하고 있다.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해 온 삼성전자보다 한국의 대표적 비대면 기업이 더 큰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한국 재계의 세대교체 조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삼성그룹의 대표 기업이 불과 20여년 전에 출범한 ICT기업과 ‘왕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격렬한 판도 변화를 의미한다. 더욱이 김범수 의장은 삼성그룹 샐러리맨 출신이다.

 

김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삼성SDS에 입사했다. 재직 중에 한양대 앞에서 전국 최대규모의 PC방인 ‘미션넘버원’을 부업으로 운영해 모은 자본으로 게임회사 ‘한게임’을 설립, 대성공의 단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당대에 삼성의 3세 경영인보다 더 큰 부를 축적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계층상승은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적 비관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물론 카카오의 약진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일시적 효과 혹은 ‘거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거품론은 설득력이 없다. 제조업을 필두로 한 대면산업이 시들해지고 비대면 산업이 강력한 패권을 차지해나가는 것은 ‘만연화 된 현상’이다.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빅4인 ‘GAFA'만 해도 그렇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 제조업 기반을 가진 곳은 애플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수십억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광고 및 판매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다.

 

GAFA는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포드, GM, 월마트 등과 같은 제조기업이나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거인들은 천문학적인 매출액에 걸맞는 고용을 창출했다. 거인기업 한 개는 적어도 수십만명의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거인이 돈을 벌면, 노동자들도 흥청망청 소비를 즐길 수 있었다.

 

GAFA는 그렇지 않다. 이들 기업은 거액 연봉을 제공하지만, 소수 엘리트에게만 허용된 ‘좁은 문’이다.

 

카카오는 대단히 GAFA적인 기업이다. 포털사업자인 구글과 SNS 최강자인 페이스북을 합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카카오가 시총규모에 비해 고용창출 역량이 적은 점도 GAFA적이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카카오의 직원은 정규직 2534명, 비정규직 167명 등 총 2701명이다.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다. 남성직원은 9200만원, 여성직원은 6200만원이다. 따라서 연간 인건비 총액은 2217억 4600만원이다.  

 

삼성전자 지난해 사업보고서 따르면, 전체 고용인원은 10만 5257명이다. 정규직 10만 4605명, 비정규직 652명이다. 평균연봉은 1억 800만원이다. 남성은 1억 1600만원, 여성은 8300만원이다. 이에 따른 연간 인건비 총액은 10조 9224억 1500만원이다.

 

김 의장의 지분가치 상승률(136%)은 이 부회장의 상승률(5.35%)의 25.4배에 달한다. 그러나 고용창출 규모 및 인건비 지출액을 따지면 판도는 뒤집어진다. 삼성전자의 고용인원이 카카오에 비해 38.9배를 넘는다. 인건비 총액은 삼성전자가 카카오의 49.3배이다.

 

김범수 의장의 지분가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넘어섰다는 통계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무서운 일이다. ‘노동의 종말’이 앞당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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