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직업] e스포츠 황제 ‘페이커’ 이상혁,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보다 연봉 높은 3가지 이유
김보영 기자 입력 : 2020.08.16 06:55 ㅣ 수정 : 2020.08.16 08:58
추정 연봉 50억원, 25억 받는 이대호의 2배 수준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13일 하나은행이 세계적 e스포츠 기업인 SK텔레콤 CS T1 소속 선수 66명에 대한 자산관리 전담팀을 출범시키면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연봉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66명 중 1위인 페이커의 연봉은 30억원. 여기에 각종 상금까지 더하면 실제 그의 연봉은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연봉 1위인 이대호 선수(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연봉 25억보다 많은 금액이다.
'e스포츠'는 온라인상의 컴퓨터게임 대회나 리그를 지칭한다. 페이커의 직업은 '프로 게이머'인 셈이다. 1등 프로 게이머가 1등 프로야구선수보다 2배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로 게이머들에 대한 종합자산관리서비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소득과 소비 시기가 불일치하는 직업의 특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한다. 이는 역으로 상위층 프로 게이머들은 금융기관이 관리해 줄 만한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젊은 시절에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프로 게이머인 것이다.
■ 이상혁이 이대호보다 부유한 이유?...글로벌 스타 /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 / 'e스포츠’ 산업의 폭발적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연봉 1위보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첫째, 이상혁 선수가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진 글로벌 스타이기 때문이다. 이대호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리그의 스타인 것과 대조된다. 이상혁은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국내외 대회 최다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월드챔피언십 대회에서 3회 우승, 국내 리그에서는 총 9회 우승했다. 국제전 통상 100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e스포츠는 게임 종목별로 이루어진다. 과거에 스타크래프트가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최대 시장으로 굳어졌다. 이상혁은 최대 프로게이머 시장의 절대 강자인 것이다.
그는 올해 4월 치러진 ‘2020 롤(LOL) 챔피언스코리아(LCK) 스프링’에서 또 한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역대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과 함께 최고령 ‘미드라이너’ 자리에 올랐다.
둘째,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그의 높은 연봉 수준에 한 몫을 한다. e스포츠 분석사이트 ‘e스포츠차트’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LCK 스프링 결승전을 본 시청자는 무려 1787만명 이었다. 이 중 한국인은 약 70만명이고, 그 외는 모두 외국인 시청자였다. 글로벌 e스포츠 팬들이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 리그에 집중한 것이다.
셋째, e스포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게임 전문 시장분석업체 뉴주(Newzoo)는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는 11억달러(한화 약 1조3천억원)라고 밝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매출 규모인 107억달러(한화 약 12조)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e스포츠 시장은 2018년 32%, 2019년 26.7% 등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만약에 이대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스타였다면 당연히 이상혁 선수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을 것이다.
올해는 e스포츠 산업이 더 높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 게임 이용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올 11월 개최될 ‘한·중·일 e스포츠 국가대항전’을 포함한 다양한 e스포츠 리그와 관련 콘텐츠들이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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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아버지의 지지 아래 학교 중퇴, 프로 게이머 선택 / ‘페이커’의 한 달 지출은 20만원 / "은퇴 후 기부하고파”
이상혁 선수는 1996년 5월 7일 서울 출생이다. 올해로 만 24세이다. 마포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선생님과 아버지의 지지 속에 학교를 중퇴 후 18세에 LCK 스프링 시즌에 데뷔했다. 학교와 가정이 이상혁은 게임에 미친 문제아로 비난하는 대신에 '게임 영재'임을 알아 본 셈이다.
이후 현재까지 이적 없이 T1 소속으로, 압도적인 기량과 경기력을 뽐내며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 관련 기록으로는 ‘롤드컵(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3회 우승과 ‘Mid-Season Invitational(MSI)’ 2회 우승을 포함한 총 우승 21회, 준우승 8회, 주요 MVP 5회 선정이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던 페이커는 “월 20만원 정도만 쓴다”, “은퇴 후 번 돈을 기부하고 싶다”고 밝혀 수십억 대 수입을 올리는데 비해 검소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페이커는 지난 2월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T1의 공동 주주(파트 오너)가 되었다. 선수 생활 이후에도 회사 경영자(임원)로 남아 e스포츠 선수 양성에 힘쓸 예정이다. e스포츠 팬들은 앞으로 지도자로서 그리고 경영자로서 또 다른 그의 행보에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