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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공항의 ‘화려한 부활’은 코로나19 나비효과, LCC항공사 생존위기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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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진 기자
입력 : 2020.08.11 05:32 ㅣ 수정 : 2020.11.21 14:18

양양공항은 해외여행 대신 강원도로 몰린 관광객으로 북적/출혈경쟁 나선 LCC항공사들, 정부 지원금에 목매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기자는 최근 강원도로 여름 휴가를 가기 위해 ‘서울-양양’간 왕복 항공편 예약을 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7일 출발하는 티켓은 있었지만 돌아오는 표가 없었다. 매진 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골라서 예약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출발 이틀전인 지난 5일 돌아오는 비행기에 겨우 한 자리가 생겨 가까스로 왕복 비행기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양양 공항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처럼 양양공항은 활기를 되찾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안타까운 현실이 숨어 있었다. LCC 항공사들의 생존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왜 이런 모순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지난 9일  강원동 양양공항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양양=한유진 기자]

지난 7일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자 한 시간도 안 걸려 양양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가려면 서울고속터미널 기준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양양공항 내부에는 탑승객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전국 각지의 다양한 지역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김해, 제주, 김포 등 다양한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과 두 세달 전만하더라도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양양공항 국제선은 운영이 중단됐다. 그 결과 양양공항에 취항한 항공사는 LCC항공사인 ‘플라이 강원(대표 주원석)’의 양양-제주 노선 하나 뿐이었다. 공항 내부는 물론이고 공황활성화를 위해 무료 개방 중인 주차장도 한적 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초기에는 양양공항도 다른 공항처럼 인적이  끊겼으나 국내 활동이 어느 정도 재개되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탑승객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된 국민들이 국내 여행을 대안으로 선택함으로써 양양공항은 전례없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국제선을 못띄우는 티웨이, 제주항공 등 다른 LCC 항공사들도 양양공항에 노선 수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로 폭락한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국내선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양양공항 모습 [양양=한유진 기자]
 
운항 노선도 광주, 김포, 대구, 김해, 제주 등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선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나비효과로 양양공항이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양양공항의 지난 7월 운항 편수는 390대이다. 전년 동월 42대와 대비해 828.6%가 증가한 수치이다.  여객 수도 3만5663명에 달한다. 전년 동월 5035명 대비 608.3%가 증가한 것이다. LCC항공사들은 이 같은 국내노선의 확대 및 탑승객 수 급증 덕분에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현재 양양공항에는 플라이강원,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이 운항 중이다 [양양=한유진 기자]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LCC 항공사들의 국내선 노선 확대는 차선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비행기가 남아 돌아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는 단거리 국내선이라도 최대한 확대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LCC 항공사들이 국내 노선 확대에 뛰어든 탓에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티켓 가격이 워낙 저렴해 항공리스료, 인건비 등 지출 대비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국내 노선 확대는 코로나19라는 항공업계의 유례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수익을 내고자 하는 ‘벼랑끝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하자 마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플라이강원은 가장 어려운 형편이다.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한 LCC이지만 양양공항 부활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와 ‘실적’이 없어서 산업은행의 지원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이강원은 LCC 중에서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은 유일한 항공사였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급격한 경영악화를 피할 수 없다.

 

LCC 항공사들의 위기는 깊어지고 있지만, 양양 지역주민들은 양양공항의 부활을 반기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인해 오히려 외부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렌트카, 택시, 숙박, 식당 등 관련 업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공황 활성화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속 또 다른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LCC항공사 관계자는 “양양과 다른 지역을 연결해주는 LCC항공사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도산한다면, 지역경제는 또 다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LCC의 생존은 지역경제의 존립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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