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서학개미’ 등장…해외주식 직구 늘어나는 까닭은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07 06:19 ㅣ 수정 : 2020.08.07 06:19

국내서 갈곳 없는 유동성, ‘미중판 성장주’로 / 증권사, 서학개미 잡자…각종 이벤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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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 등 해외주식과 해외주식 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중 유동성 대비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중판 성장주’로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수수료를 인하하고 소액 투자자들을 위해 분할매매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거래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해외주식과 해외주식 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서학개미들, 올 2분기 해외주식 약 60조원 매수 / 7월 한달에만 13조6500억원어치 매수…역대급 기록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이 23조원 수준으로 전 분기 대비 45.5%(약 15조81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 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8000억원까지 올랐으며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를 넘어섰다. 그만큼 해외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월별 거래대금은 55억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코로나로 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138억달러로 2.5배 증가했다. 증시의 밸류에이션(내재된 가치 대비 시장 평가 수준)이 낮아져 낙폭과대주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저가에 매수해서 높은 수익을 거두겠다는 투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과 5월에도 각각 12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이 해외주식에 투자됐으며, 7월에는 186억달러(약 22조원)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수금액만 봤을 땐 올 2분기 기준 500억2331만달러(약 59조6700억원)를 기록, 작년 1~7월(121억358만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에만 113억7103만달러(약 13조6500억원) 어치의 해외주식을 사들여 월간 기준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다.

이처럼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개미)인 ‘서학개미’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힘입어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코스피가 큰 등락없는 박스권 장세를 형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처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B씨 역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에 비해 국내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해외투자의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고공행진을 펼쳤던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이 힘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국가별로 미국·중국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지난 한달 간 가장 매수 규모가 컸던 해외 주식은 미국 주식으로, 85억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수 비중에서 82%를 차지했다. 중국 주식 직·간접 매수 규모는 15조9700억원으로, 지난 6월보다 9%포인트(p) 증가한 15%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미국 테슬라 아마존(5억1760만달러), 애플(4억5033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억6898만달러), 니콜라(2억8372만달러) 순으로 매수 규모가 컸으며, 중국 반도체 업체 SMIC도 2억4468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매수 상위 6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미국 역시 성장주들이 유동성의 수혜를 받았다” 며, “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기술주 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사업 등 신산업을 견인하는 테슬라 등이 성장주 장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 증권업계, 해외주식 수수료 인하&분할매매 서비스로 해외주식 열풍 이어가

증권사들도 해외주식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현재 해외주식 수수료는 대부분 최저 수준이 0.1%대”라며, “국내 주식 수수료가 0.015%대인 것을 감안했을 때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몇몇 증권사에서는 해외주식 수수료를 인하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며,  “인하폭은 크진 않겠지만 수수료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오는 9월까지 해외증권계좌를 최초 개설한 고객에 한해 미국주식 거래수수료를 1년 간 인하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수수료율은 0.08%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삼성증권도 비대면계좌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주식 수수료율을 0.09%로 적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모바일 증권거래서비스 ‘나무’의 신규투자자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해외주식 수수료율을 0.09%로 적용할 방침이다.

 

소액 투자자를 위한 해외주식 분할매매 서비스도 출시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해외주식을 소수점 단위인 최소 0.01주까지 분할해서 사고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랜yes 해외주식 적립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A(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미국 고가 우량주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서비스 가입 금액은 종목당 5만원 이상이다.

 

뒤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부터 S&P500에 편입된 미국주식 분할 매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Mobile Trading System)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Home Trading System)에 특정 금액을 입력하면, 이 금액만큼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주식 10만원어치를 매수하도록 주문하면, 현재 1주에 약 1485달러(약 176만원)인 테슬라 주식을 일부 매수할 수 있다.

 

B씨는 “그 동안 고가인 해외주식 직구가 부담스러웠던 투자자들은 주로 해외주식 펀드로 몰렸다”며, “이제는 소액 분할매매가 가능해져 해외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도 꾸준히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중국 중 향후 더 매력적일 투자처와 관련해선 아직까진 미국이 더 우세할 전망이다.

 

A씨는 “미국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곤 있지만 추가 재정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 대선이 불안 요소로 남아있긴 하지만 성장성을 중시하는 정책 공약 등이 나온다면 미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 역시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주식 직구 열풍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미 증시에 비해 단기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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