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관제펀드 한계 극복할까
시중 유동성, 디지털·그린뉴딜 사업 활성화에 활용 / 수익률 받쳐주지 않으면 반짝 흥행에 그칠 듯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정부가 시중 유동성을 디지털·그린뉴딜 사업 활성화에 활용하기 위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그 흥행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뉴딜펀드가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으로 뉴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한편, 과거 수명이 짧았던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딜 펀드가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의 유입을 위한 수익률을 제고하고,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등의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할 전망이다.
■ 당정, “‘뉴딜펀드’ 구상 이달 중 발표” / 중기부 집중투자 분야는 비대면·바이오·그린뉴딜 등 총 1조원 규모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민간자본으로 한국판 뉴딜 재원을 조성하고 동시에 국민소득도 증대시킬 수 있는 ‘뉴딜펀드’ 구상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환경부는 지난달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조성·운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을 이끌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육성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바이오·그린뉴딜 등 관련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도모하고 있다.
중기부 측은 “특히 비대면 기업은 대면 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며, “적기에 투자금이 신속히 공급된다면 대규모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대한민국펀드가 본격 투자되면 앞으로 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우리나라가 한단계 더 디지털 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조성되는 펀드의 집중투자 분야는 비대면(5000억원), 바이오(4000억원), 그린뉴딜(1000억원)이다. 펀드는 중기부 4000억원, 복지부 180억원, 환경부 200억원 등으로 4380억원을 공동 출자하고, 민간자금 6000억원 내외를 모집해 총 1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펀드는 조성단계부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재원을 출자하고 운용사를 선정하게 된다. 향후 2025년까지 6조원 규모로 펀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정부의 이러한 구상은 지난 달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사회·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디지털 경제 가속화(디지털 뉴딜) △그린 경제 촉진(그린 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 3가지 정책 방향이 담겨있다.
즉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를 촉진하는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관련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67조7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88만7000개를,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비 114조1000억원, 지방비 25조2000억원, 민간투자 자금 20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160조원으로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 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오랫동안 금융 쪽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금융자산과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민간펀드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결국 그린뉴딜 펀드 조성을 위해 국고 뿐 아니라 민간자본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 “투자과열 빚는 유동성을 성장성에 투자” vs “관제펀드의 한계…지속성 짧아” / 흥행의 필요조건…펀드 수익률↑&우호적인 투자환경
업계에서는 뉴딜 펀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현재 투자과열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시중 유동성을 뉴딜 사업으로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라며, “민관의 투자자금이 뉴딜 사업에 투입돼 산업이 발전하고 관련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 해 정부 주도로 출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모펀드는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편이다.
실제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11.22%를 기록했다. 작년 8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46.16%에 달한다. 수익률은 3월 대폭락장을 제외하고는 큰 낙폭없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올 들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당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가 전기·전자, 반도체, 화학 등 관련 시장이 반등을 보였고, 주요 보유 종목이 삼성전자, 에스앤에스텍,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으로 대형 우량주가 많은 것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뉴딜펀드 역시 ‘관제펀드’라는 점에서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과거의 관제펀드만 봐도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반짝 흥행을 할 지, 꾸준히 각광을 받을 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친환경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는 2009년을 기점으로 총 3조3750억원 규모로 조성돼 설정액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난 이후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수익률이 부진해졌다. 이에 따라 개별 펀드 설정액도 2017년 기준 최소 15억원 대에서 최대 120억원 대로 규모가 축소됐다.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 들어 친환경 에너지 등 탈원전을 목표로 하는 정책 기조에 힘입어 겨우 회복한 수준이다.
업계는 결국 뉴딜 펀드가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상품의 수익성과 투자환경 등이 어느정도 받쳐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A씨는 “뉴딜 사업은 공적 사업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투자성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을 뿐 더러 수익률도 낮은 편”이라면서, “민간 자본을 적극 유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익률을 높게 설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뉴딜 펀드의 수익률을 3%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B씨는 “관제펀드의 주 성장동력인 시의성이 떨어지더라도 뉴딜 펀드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펀드 시장 자체를 활성화시켜 공모 펀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등 구조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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