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법 손본 금융당국…빅테크 vs 금융회사 ‘공정경쟁’ 가능한가?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03 06:14 ㅣ 수정 : 2020.08.03 06:14

네이버·카카오 vs 은행·카드사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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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자금융법)을 전면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Bigtech)업체와 기존 금융회사 간의 경쟁구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빅테크업계에서는 빅테크 역시 동일 제도권에 편입됨으로써 규제가 강화돼 공정경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존 금융회사도 디지털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은행·카드사 등은 전자금융법의 개정이 빅테크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령 등을 마련하는 데 있어 업계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이용자·가맹점 수수료 줄이는 ‘마이페이먼트’ 신설…카드사에도 허용 / ‘마이데이터’와의 시너지 기대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신설 업종 및 사업자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법은 15년만에 개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 측은 “현행 전자금융법이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에 따른 최근 금융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개정 배경을 밝혔다. 빅테크·핀테크 등 새롭게 부상한 사업 참여자들을 규제 체계에 편입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라는 업종이 신설된다. 이용자의 결제·송금 지시(지급지시)를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고객의 계좌·자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계좌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마이페이먼트 도입으로 기존에는 전자상거래에서 출금·입금으로 수수료가 두 번씩 발생했다면, 이젠 은행 계좌의 돈이 바로 가맹점으로 이체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줄어든다.

또한 마이페이먼트는 마이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금융자산의 조회(마이데이터)를 통한 상품 가입 등의 추천이 가능하며, 이체 등 자산 배분(마이페이먼트)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이페이먼트 수행 사업자에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뿐 아니라 카드사도 포함된다. 실제로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카드사, 전자금융업자, 빅테크 등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차별 없이 접근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슈퍼플랫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장한다…계좌발급부터 관리까지 원스톱 전자금융업무 수행

예금·대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새롭게 등장한다.

기존 빅테크·핀테크업체 등 전자금융업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연계해야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합작해 내놓은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되기만 하면 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단일 라이선스로 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의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직접 고객의 결제계좌를 발급할 수 있으며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의 계좌 관리까지 가능하다. 다시 말해 고객의 자금은 외부 은행에 예치되지만(예금계좌), 대출을 제외한 모든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용자의 경우 은행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다. 사업자 역시 금융결제망에 직접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돼 사업 여력이 커졌다.

사업자도 금융결제망 참가기관의 이체기능을 지원 받는 오픈뱅킹 단계를 넘어 금융결제망에 직접적으로 참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금융위가 신청을 받은 후 지정한다. 매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만큼,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일반 전자금융업자보다 더 강화된 건전성·이용자보호 규제 뿐 아니라,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 세탁·보이스피싱 방지 규제 등이 적용된다.

이에 더해 권 단장은 “충분한 자기자본과 전산역량 등을 갖춰야만 종합지급결제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 수준인 200억원대의 자기자본 및 전산역량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 빅테크 “같은 제도권 내에서 공정경쟁 기대” vs 금융회사 “빅테크 특혜 낮춰야 공정경쟁 가능해”

빅테크는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 빅테크 업체 관계자는 “빅테크 역시 보다 강화된 금융 규제를 적용받음으로써 금융회사와 공정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 역시 마이페이먼트 사업이 가능하고, 은행도 자회사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는 등 기존 금융회사도 함께 디지털금융 시장을 발전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은행의 자회사 보유 가능 업종에 마이데이터를 추가했다. 같은 금융그룹의 카드사 등 방대한 고객 금융정보를 가진 자회사와 일원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하지만 금융회사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개정을 통해 도입되는 슈퍼플랫폼인 종합결제사업자가 빅테크의 금융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제도인만큼 은행이나 카드사 등의 참여를 허용할 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여·수신 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종합결제지급사업자에게 허용해준다는 것은, 도입 취지부터가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에게 은행과 준하는 업무를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빅테크가 종합결제지급사업자로 선정돼 전자금융법의 규제를 받고, 은행은 전자금융법보다 강한 은행법의 규제를 받으면 공정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업계 역시 전자금융업자 등에 더 많은 특혜가 주어진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금결제업을 하는 전자금융업자의 업무 범위는 확대되고 있지만, 카드사는 여전히 마케팅 비용 규제를 받는 등 활로가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개정을 통해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에 최대 30만원의 소액 후불결제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또한 선불전자지급수단(선불카드)의 충전한도 역시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더해 앞선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금융회사는 금융정보 대부분을 내어주지만, 빅테크 업체는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게 된다”며, “빅테크 역시 완전한 정보를 공유해야 출발선이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향후 민·관, 금융권·핀테크·빅테크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업계 간 이해관계 및 의견 조정을 통해 세부·연관 과제를 하반기 중 구체화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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