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여파 희망퇴직과 해고 압박에 시달리는 일본직장인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몇 년간 지속되던 취업시장의 활기가 무색하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비정규직과 파견직을 중심으로 무급휴직과 인력감축의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6월부터는 정년을 보장받은 정규직들마저 희망퇴직과 강제적인 퇴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일본 직장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6월 사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장기업은 총 41곳 7000명 규모로 이미 작년 한 해 기록을 넘어섰다. 이는 리먼 쇼크에 일본 전체가 휘청거렸던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희망퇴직으로 7월에도 4곳이 넘는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도쿄상공리서치의 조사는 4000여 곳의 상장기업만을 대상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에 비상장기업이나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영난에 취약한 중소기업까지 포함한다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장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본 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넘길 정도로 이전보다 더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장기적인 부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기업들의 중간결산이 발표되는 9월 이후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2010년의 85개 기업보다 많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한 기업들을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외식과 소매, 의류 분야다.
한 예로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 가게로 유명한 이키나리 스테이크(いきなり!ステーキ)를 운영하는 페퍼푸드 서비스는 8월 말까지 전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의류브랜드 CECIL, McBEE를 가진 Japan Imagination 역시 기존 운영 중이던 점포의 90%를 폐점하고 570명에 이르는 종업원 대부분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군마현(群馬県)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회사 미츠바(ミツバ)는 생산공장 폐쇄와 함께 약 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겠다고 이번 달 15일 발표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해고열풍은 일본에서 가장 건실하다고 여겨지던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쿄상공리서치는 ‘하반기는 (희망퇴직)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모집인원도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려운 회사상황으로 인해 부득이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직원 개개인에게 자발적인 퇴사를 강요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노동조합 총 연합회에 의하면 올해 6월부터 해고와 퇴직은 물론이고 이를 강요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전화상담이 급증했다고 한다.
퇴직권유를 거절한 후에 일방적으로 해고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코로나 초기에 승객들을 크루즈 선내에 아무런 대책 없이 고립시켜 세계적인 공분을 샀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운영하는 카니발 재팬이다.
카니발 재팬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은 6월 초에 있었던 상사와의 면담에서 ‘퇴직에 관한 합의서’에 사인할 것을 강요받았다. 합의서에는 퇴사 후에 SNS나 블로그 등에 퇴직과 관련된 글이나 개인의견을 올리지 말라는 식의 불합리한 요구조건들이 담겨있었다.
때문에 몇몇 직원이 사인을 거부하자 사측은 6월 말에 이들에게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했고 직원들은 즉시 반발하여 노동조합을 통해 도쿄 노동위원회에 회사를 고발했다.
노동위원회 조사결과 정규직 70명 중 24명이 퇴사를 강요받았고 언론취재가 시작되자 카니발 재팬은 ‘(코로나 이후) 운항재개 계획이 불가능해 인원삭감을 포함하여 조직 전체를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신종 코로나로 실직하게 된 직장인이 7월 17일 기준 총 3만 675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총무성의 통계자료인 5월 노동력 조사에서는 전년 동월대비 비정규직은 61만 명, 정규직은 1만 명 가까이 순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직, 간접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은 정부발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