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최천욱 기자] 올해로 창사 70주년을 맞은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영혼이 담긴 회사다. 정주영 회장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모태로 자동차·조선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데 주춧돌을 놓았다.
정몽구 회장에 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중심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적장자(嫡長子) 기업으로서 상징성이 큰 회사다. 10년 전인 201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이 10년 간 채권단 관리를 받고있던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건설 CEO, 박동욱 사장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그룹 재무통 출신이다. 1988년 현대건설로 입사했지만, 현대차에서 잔뼈가 굵었고 2018년부터 현대건설의 경영을 맡고 있다.
■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사업’ 한남3구역 수주로 ‘잭팟’
취임 3년 차를 맞은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이 올해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서울 용산 한강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것. 총 사업비 약 7조원, 공사비만 1조9000억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면서 대형 건설사 간에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수주고 3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한남3구역의 수주에 따라 현대건설은 앞으로 전개될 한남2구역, 4구역, 5구역 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등 재건축·재개발 수주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강북은 현대건설, 강남은 삼성물산으로 정비사업의 양축이 형성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동욱 사장은 올해 현대건설의 경영비전을 ‘2020 Great Company 현대건설’로 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인적 경쟁력 제고(Great People), 선진 기업문화 구축(Great Culture), 준법·기술경영(Great Value) 등 3대 핵심가치를 제시했다. 또 수익형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이를 소명의식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는 준법경영과 더불어 건설업의 이미지 개선과 최첨단 정보화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스마트 기술개발 또한 현대건설이 앞장서야 할 과제다.
■ 올해 수주목표 25조원,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 전략 추진
건설업은 어떤 산업보다 수주로 승부를 보는 업종이다. 박동욱 사장과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목표를 2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5% 정도 올려잡고 경쟁력 강화를 통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 전략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연초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 3,4(약 1조2000억원)와 파나마 메트로 3호선(약 1조7000억원), 알제리 복합화력 발전소(약 6740억원),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약 1900억원 규모) 수주를 포함해 3조8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해외수주의 탄력을 받기위해 ▲설계·수행·원가 등 EPC 경쟁력 강화 ▲경쟁력 우위 공종 집중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추진중이다. EPC 기본 경쟁력 제고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익성 중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고급 설계인력 확충 및 외주·구매 역량을 강화해 입찰 경쟁력을 높여 지속성장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박동욱號 3년’… 매출·영업익 호조, 재무건전성 상향
박동욱 사장은 이번 한남3구역 수주를 통해 다시 한번 현대건설의 재무안정성 기여에도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회사채 발행 시 1500억원 모집에 모두 6500억원의 투심을 이끌어내면서 재무건전성을 입증 받았고, 회사채 발행금리 역시 역대 최초로 1%로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5년물 만기의 회사채 1200억원 규모와 장기물인 7년물의 3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각각 5100억원과 14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여기에 약 2조5860억원 규모의 풍부한 현금과 현금성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기금융상품(예금 등) 자산까지 포함하면 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유동성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매출 및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증가해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 3구역 재개발 수주를 계기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한남3구역 수주로 2위와의 격차가 두배 이상 벌어졌다. 현재까지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3조4450억원이다.
수주 규모가 가장 큰 한남3구역을 포함해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북측제2구역 도시환경정비(3037억원)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1686억원) ▲부산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4160억원) ▲대전 대흥동 1구역 재개발(853억원) ▲서울 장위11-2구역 가로주택정비(402억원) ▲강원 원주 원동나래구역 재개발(2080억원) ▲서울 제기4구역 재개발(1589억원) ▲부산 반여3-1구역 재건축(2441억원) ▲대구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824억원) 등에서 수주권을 확보했다.
이는 다른 10대 건설사와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올해 현재 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 이상은 네 곳뿐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한남3구역 수주권 확보로 기존 1위였던 롯데건설(수주액 1조5887억원)을 훌쩍 제치고 수주실적 1위에 올라섰다.
이어 ▲삼성물산 1조487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23억원 ▲대림산업 5387억원 ▲포스코건설 4168억원 ▲GS건설 3287억원 ▲SK건설 303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2941억원 ▲호반건설(500억원) 등의 순이다.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을 수주한 것은 박동욱 사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실제 박 사장 취임 첫해인 2018년, 현대건설은 연간 1조4436억원의 수주 실적으로 5위를 기록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정비사업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여왔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수주전에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출신인 도시정비기획팀장을 투입했으며, 올 1월에는 경쟁사인 GS건설로부터 도시정비팀장을 영입하는 등 인재영입에 주력했다.
이와 관련, 경영지원본부 홍보실장 한성호 전무는 “현대건설의 내부 분위기가 그 어느때 보다 좋은 상황”이라고 전하면서 “업계에서 유능한 분들을 모심으로써 사업이 안정권에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해외사업이 연기되고 있어 국내 사업에 집중할 필요를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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