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3~4위戰’ 하나·우리, 2분기 성적표 희비…하반기 전략은?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금융지주사의 2분기 3, 4위전(戰) 성적표가 나온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와의 격차를 전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벌리면서 두 지주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분기 하나·우리금융의 실적 차이가 커진 것은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되는 충당금 규모와 비은행 부문의 실적 등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사태나 미래 경기전망을 위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비은행 계열사 부족문제로 외부충격을 상쇄할 여력도 약한 편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향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 등에 치중하는 한편, 하나금융은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고 지주사의 계열사 지배력을 더 강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 2분기, 하나금융 ‘깜짝 실적’ 6876억원…우리금융 1430억원으로↓ /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우리금융 3975억원, 하나금융 3063억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분기 687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상반기 실적이 증가했다. 이는 1430억원을 기록한 우리금융보다 5000억원 이상 앞선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 하나금융은 전년 대비 11.6%(1402억원) 오른 1조344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1800억원에서 44.0% 감소한 6610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전분기 대비 4.7%(306억원) 증가한 반면, 우리금융은 72.4%(-3750억원) 급감했다. 1분기에 불과 1390억원이던 격차가 2분기 들어 5446억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우리금융이 미래 경기전망을 반영한 충당금과 사모펀드 사태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많이 적립한 것이 순이익 하락의 주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다면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949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미래전망을 대비한 2375억원 규모의 충당금과 사모펀드 관련 비용 1600억원 등 총 3975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2분기 기준으로 4대 금융그룹 중 충당금 적립규모가 가장 컸다. 뒤이어 하나금융 3063억원, 신한금융 3054억원, KB금융 2060억원 순이었다.
1분기 충당금까지 합쳤을 경우 우리금융에서는 상반기 총 5085억원, 하나금융에서는 총 3992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은 우리금융이 전분기 1.63%에서 1.58%로 하락한 반면, 하나금융은 1.63%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하나금융 측은 “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수익성 중심의 자산성장과 저금리성 예금증대 등으로 조달포트폴리오가 개선되면서 은행NIM 하락이 최소화됐다”며, “이에 카드사 결제성 수수료수익 증가로 NIM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Non-Performing Loan) 비율은 양대 금융지주가 양호한 편이었다. 하나금융의 NPL비율은 직전 분기 0.47%에서 0.45%로, 우리금융은 0.45%에서 0.43%로 떨어졌다.
■ 은행 2분기 당기순이익…하나 5074억원, 우리 1760억원 / 비이자이익에서도 격차↑…하나금융 7846억원, 우리금융 1540억원
금융지주 주력사인 은행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50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5%(472억원) 감소한 반면, 우리은행은 1760억원으로 같은 기간 65.2%(3300억원) 떨어졌다.
기업·가계 대출은 두 은행 모두 코로나 금융지원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확대됐다. 하나은행의 원화대출금은 1.84%(4조1060억원) 늘어난 226조7720억원, 우리은행은 3.00%(6조7000억원) 증가한 약 230조원을 기록했다.
연체율은 두 금융그룹 모두 아직까진 양호한 수준이다. 2분기 기준 하나금융 0.31%, 우리금융은 0.34%다.
비은행 비중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는 비이자이익에서도 실적이 갈렸다.
하나금융의 2분기 비이자이익은 7846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66.2%(3126억원) 늘어났다. 반면 우리금융은 3140억원에서 절반 가량 감소한 1540억원을 기록했다.
A씨는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의 수익 하락을 상쇄시켜 줄 비은행 기반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은행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이지만,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등이 있다.
B씨는 하나금융과 관련해 “비은행 계열사의 수수료이익,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이번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측면에서도 하나금융이 크게 선방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이 직전분기 대비 가장 크게 증가했다. 1.7배 증가한 125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캐피탈은 9.8%(43억원) 떨어진 399억원을, 하나카드는 15.6%(47억원) 오른 35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순이익이 1분기 51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떨어졌고, 우리종합금융은 38.5%(50억원) 오른 180억원을 기록했다.
■ 우리금융, 내부등급법 통과로 비은행 계열사 인수 여력↑ / 하나금융, 하나은행·하나금투 등 계열사 간 크로스오버(crossover) 협업&지주사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등
우리금융은 실적개선을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은행 계열사 라인업을 강화해 외부충격에 대한 방파제를 올리는 것이 시급해진 것이다.
계열사 편입을 위한 실탄은 마련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30일 표준등급법보다 1~2%포인트(p) 가량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는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았다. 이에 더해 9월 말 도입을 앞두고 있는 바젤III가 조기도입된다면 자기자본비율이 추가로 올라갈 수 있다. 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위한 출자여력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우리금융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위험가중자산을 줄일 수 있어 비은행부문 투자 여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계열사를 우선적으로 편입시킬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를 1년 뒤로 미룬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알짜매물인 라이나생명을 유력한 인수후보로 보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간접 참여한 이력도 있는만큼 라이나생명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증권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매물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금융의 경우 계열사 간의 협업을 강화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하나금투와 하나은행은 끈끈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인수금융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조8000억원 규모의 에이치라인해운 투자에 하나은행이 7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주선자 자격을 따냈다. 이에 하나금투는 전체 에쿼티 투자금 약 1조원 중 3000억원을 총액인수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어 6월 말 약 1조원 규모의 대전역 역세권 개발사업에도 재무적투자자(FI·Financial Inverstor)로 함께 참여했다. 하나금투는 재무출자사 대표로 22억5000만원을 출자해 우선주 2.5%를 확보했고, 하나은행도 같은 규모로 투자에 참여했다. 향후 양측은 개발 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과 담보대출 등에 금융주관사 역할을 담당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또한 하나금융은 계열사 유상증자 등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하나손해보험의 약 1800억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주요주주인 하나금융은 보통주의 70%인 2240만 주를, 교직원공제회는 30%인 96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할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나서면 하나손보에 대한 지분이 84.6%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해 B씨는 “계열사의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