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7.30 05:55 ㅣ 수정 : 2020.07.30 05:55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순항’ 연내 1조원 이상 현금 확보 무난할 듯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경영난에 빠진 두산이 채권단과 합의한 연내 1조원 이상의 현금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그룹 내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빠르게 재편되면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친환경 발전설비 부문을 겨냥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빅 픽처(큰 그림)’가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관련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가 매각 대상이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다음달 예비 입찰을 거쳐 이르면 올 9월 본입찰이 실시될 전망이다.
■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 이르면 올 9월 실시…자구안 착착 진행
시장 안팎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붙으면 8000억원 규모로 매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이 그룹 캐시카우격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발빠르게 나서는 이유는 연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자구안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경영난에 봉착한 두산은 지난 4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두산은 이중 1조원 이상을 연내에 확보한다는 자본확충 계획을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세워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1조원 규모에 가장 가까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통해 두산이 세운 자본확충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두산이 공식적으로 매각 결정을 내린 회사는 두산중공업이 소유한 골프장 클럽모우CC, 두산솔루스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자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자구안에 따라 지난 7일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두산솔루스의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이 소유한 골프장 클럽모우CC의 경우 매각을 위한 본계약이 지난 13일 하나금융-모아미래도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체결됐다. 매각 금액은 1850억원이다.
또 두산중공업이 지분 100%를 가진 두산건설에 대한 매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 두산중공업 해상풍력 기술로 ‘그린 뉴딜’ 새 동력
두산이 여러 계열사의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에도 주력을 다하고 있다.
출자구조상 두산중공업의 최대 주주는 (주)두산으로 두산이 중공업 지분 44.6%를 보유하고 있다. 중공업의 경영악화는 고스란히 지주사 두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두산이 경영 위기에 봉착한 두산중공업의 빠른 재편에 나서는 이유다.
중공업의 경영악화 요인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자력발전 정책 등이 꼽힌다.
하지만 중공업은 원자력발전 사업 이외에도 풍력발전기의 모터와 동력전달장치, 제어 장치 등이 들어있는 너셀(nacelle)을 만드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른바 돈이 안 되는 해상풍력 발전 설비 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그린 뉴딜’ 프로젝트와 중공업의 해상풍력 발전 설비 사업이 맞물리면서 회사의 재기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한국판 뉴딜’의 양축으로 정보화 분야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분야 ‘그린 뉴딜’을 양축으로 삼고,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는 2030년까지 총 1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준공하는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같은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북도는 ‘전북 서남권 주민상생형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 MOU를 체결했다. 총 14조원이 투입돼 2029년 완공 예정인 이 사업을 통해 전북 고창군~부안군 해상에 2.4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224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원자력발전소 2기의 발전량과 맞먹는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사업부문이 현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등에 업고 경영정상화의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