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15)] SKT와 현대차 협력업체가 손잡고 만든 ‘스마트팩토리’, 인간에게 다른 능력 요구

한유진 기자 입력 : 2020.08.01 07:33 ㅣ 수정 : 2020.08.01 07:33

불량품 찾기는 AE솔루션이 담당, 인간은 불량 만들어낸 공정 수정 능력 필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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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한국인 모두의 화두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뿐만이 아니다. 경력단절 여성, 퇴직한 중장년 심지어는 노년층도 직업을 갈망한다. 문제는 직업세계가 격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에 의한 직업 대체와 새직업의 부상뿐만이 아니다. 지구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 변화, 한국사회의 구조 변화 등도 새직업의 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 혁명’의 현주소와 미래를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4차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산업현장 ‘스마트팩토리’ [HMG저널제공]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4차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산업현장은 스마트팩토리이다. 사람이 일일이 제품을 조립하고 포장하고 기계를 점검할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을 말한다. 이런 단계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팩토리 성장속도는 빠르다.

 

인공지능(AI)은 일반적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요인들을 빅데이터로 활용해 공정 자동화를 이뤄내고 있다.

 

SKT는 ‘소리’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SK플래닛과 협력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화신의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을 자동으로 검사하는 솔루션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T는 28일 자동차 샤시제조업체인 화신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T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적으로 소리로 불량을 분석하는 AE(Acoustic Emission, 음향방출) 솔루션을 모든 화신의 생산라인에 도입함으로써 불량품을 검수하게 될 것”이라면서 “제조과정 중 불량품에서 나는 소리와 정상제품에서 나는 소리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불량품을 만들 때 나오는 소리는 너무 미세해서 사람의 귀로 듣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AE솔루션은 이처럼 미세한 소리를 쉽게 잡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SKT의 AE솔루션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화신의 샤시 생산라인에서 불량품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똑똑한 조수’를 부리게 된다고 보는 게 정확한 상황이다.

 

물론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신기술은 인건비 등과 같은 생산원가를 낮춤으로써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도입된다. 산업혁명 당시 기계의 발명이 실업자를 증가시키자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이 벌어진 것은, 직업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SKT 관계자는 “AE 솔루션 적용을 통해 불량품을 잡아내는 기술이 고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안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불량이 나오면 공정을 수정해야 할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E솔루션이 소리를 통해서 금방 불량품을 잡아낼 수 있으니 불량을 수정하는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신속하고 효율적인 생산 과정이 되는 것이지 인건비 감축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SKT의 솔루션이  도입되면, 인재 유형이 바뀐다. 화신의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을 발견해 내는 능력보다는 불량을 만들어낸 공정을 수정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3사는 AE 솔루션과 5G, AI, IoT 센서 등을 통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할  경우 연간 수 백억원 규모의 생산원가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량품을 잡아내는 AE(음향방출) 솔루션은 일종이 ‘기존 기술의 진화’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AE는 대상물에서 발생하는 이상마찰음, 구조균열 등을 초음파를 이용하여 확인하는 방법을 말한다. 압력탱크, 교량, 항공기, 건축물 및 기타 대형구조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때 주로 쓰여온 기술이다. 자동차 샤시라는 비교적 큰 제품의 불량여부도 가려낼 수 있도록 정교화된 것이다.

 

화신의 경우 그동안 불량품 검사에 손이 많이 가는 제조공정을 유지해왔다. 작업자가 모든 완성품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불량 확인 역량에 차이가 발생해 균등한 품질 유지가 어려웠다. 특히, 불량이 발생하더라도 원인 파악이 어려워 경험에 의존해온 측면이 컸다.

 

화신의 생산라인 AE솔루션이 완전하게 적용될 경우, 인간 작업자들은 불량품 검색 능력을 가질 필요가 없다. AE가 전해주는 공정의 문제점을 수정하는 기술을 탁월하게 구사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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