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374)] 본격 장마철 앞두고 어쩌다 일본 기상청은 홈페이지 광고에 목을 매게 되었나
김효진 입력 : 2020.07.24 10:48 ㅣ 수정 : 2020.07.24 10:50
매년 거듭된 예산삭감에 정부기관 최초로 홈페이지에 기업광고 게재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지진은 물론이고 태풍과 이상고온현상 같은 자연재해가 유난히 많은 일본에서 기상청의 역할과 중요성은 일본인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중요한 기상청이 정부기관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일반기업의 배너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홈페이지 광고 사업을 위해 광고 선정 및 운영 등을 담당할 외부사업자를 이미 모집 중에 있으며 올해 9월부터는 기상청 홈페이지 곳곳에 다양한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기상청이 굳이 외부광고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사연에는 외부에는 말 못할 심각한 재정난이 숨겨져 있었다.
항시 이루어지는 기상관측과 지진예측을 포함하여 매년 심각해지는 대규모 재해를 미리 분석하고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은 기상위성의 관측설비 강화와 교체, 각종 정보발신 등을 위해 매년 170억 가량의 유지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일본정부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매년 기상청의 예산삭감을 반복하였고 결국 예산부족에 골머리를 앓던 기상청은 전국 1300여 곳에 설치된 무인 기상관측시설인 아메다스(AMeDAS:Automated Meteorological Data Acquisition System) 등의 정비예산을 자체적으로 삭감하기에 이른다.
삭감된 예산에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의 요인을 찾기 위한 해양기상관측선의 교체비용 등도 포함되어 있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지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효고현립대학(兵庫県立大学) 키무라 레오(木村 玲欧) 사회학과 교수는 "기상청이 다루는 방재정보는 재해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공공정보이기 때문에 광고와 같은 특정 이익을 위해 신뢰성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재해가 예상되는 와중에 방재정보를 다루는 기상청이 민간자본에 의지해야 한다는 현재 상황자체가 큰 문제이고 국가는 (기상청의) 재정기반을 확실하게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의 광고유치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도 온갖 헛발질 정책으로 예산을 낭비하기 바쁜 아베 정부가 기상청에만 유독 인색하게 구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비난 댓글을 연일 게시하고 있다.
‘최근의 자연재해를 돌이켜보면 기상정보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거기에 예산을 들이지 않다니. 지겹게 지적받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정말 돈 쓰는 방법을 제대로 생각했으면 한다.’ ‘저런 쓰레기 같은 면 마스크 제작비용을 일부라도 기상청에 돌려라.’ ‘기상청 예산은 최근 10년간 10% 삭감되었다. 공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쓰지 않고 자기책임으로 조달시키는 사회는 일찌감치 붕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큐슈지역은 연일 이어진 폭우로 6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 밑에 위치한 오키나와는 35도를 넘는 폭염으로 주민들의 각별한 경계가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정부 관계자 누구도 이에 대한 언급이나 대책지시 없이 Go to 캠페인 해명에만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한번쯤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