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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이 그린 두산중공업 ‘큰 그림’ 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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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갑
입력 : 2020.07.24 07:11 ㅣ 수정 : 2020.07.24 07:11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가시화로 두산중공업 재기 가능성 주목/두산중공업 관계자, "해상풍력 기술개발에 고집스럽게 매진했다" 강조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친환경 발전설비 부문을 겨냥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빅 픽처’가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던 두산중공업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결과를 낳았다.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두산중공업의 생존에 ‘올인’한 선택도 이 회사를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시키기 위한 구상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에 채권단이 자구안을 요구하자 주요 자산을 비롯해 두산솔루스와 같은 알짜배기 신성장 동력원까지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선택에는 두산그룹의 재기를 겨냥한 박 회장의 '큰 그림'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모습 [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발전 설비를 수주-제조하는 기업으로 풍력발전기의 모터와 동력전달장치, 제어장치 등이 들어 있는 너셀(nacelle)을 만든다. 소위 ‘돈 안 되는’ 해상풍력 발전 설비 제조사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하는 ‘그린 뉴딜’ 정책에 따라 국가적으로 풍력발전 육성이 추진되면서 사업두산중공업의 친환경부문 구상은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계획을 공개하고 정보화 분야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분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설정했다.. 사흘 뒤인 17일에도 전북 부안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찾아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10배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북도 등 관계기관은 14조원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인 ‘전북 서남권 주민상생형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두산중공업 등 풍력발전 분야 기업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오는 2029년까지 전북 고창~부안 앞바다에 총 2.4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날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정부는 2030년까지 서남권 사업의 5배에 해당하는 12GW, 연평균 1.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준공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 10대 대표사업 중 하나인 ‘그린 에너지’ 분야에 속한다.
 
정부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 계획이 발표되고 이 행사에 두산중공업이 직접 참석한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그간 침체됐던 두산중공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극적으로 반등했다.
 
23일 종가 기준 두산중공업의 주식 시세는 8610원으로 마감해 지난 20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정부의 해상풍력 사업 계획 발표가 있었던 17일 4915원으로 장을 마쳤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주말을 지나 20일 5770원에서 시작해 이튿날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주가 급등세는 정부가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주력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제3차 계획이 시작된 2007년에 원자력발전소 설비 제조사였던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2년 10개월새 16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5년 1월 31일 1만182원이었던 두산중공업은 1년 후 3만71원까지 올랐고 2007년 11월 30일 최고가 16만5238원을 기록하며 ‘광기의 랠리’를 펼쳤다.
 
두산중공업에는 기시감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당시의 ‘원전 붐’과 오늘날의 ‘그린 뉴딜’ 모두 국가 주도로 대규모 발전설비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 사업에 납품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과 생산 여력을 갖춰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 곧바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당시와 닮아 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 사업 능력을 증명할 포트폴리오를 정부로부터 이미 확보한 상태다. 전국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총 79기로 서남권 해상 풍력발전 실증사업 60㎿,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 30㎿를 포함해 240㎿를 공급 중이다. 지난 2005년부터 풍력발전 기술개발을 놓지 않은 결과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2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상풍력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여러 회사들이 진출했지만 지금은 다 접은 반면 두산은 그 사업을 계속하면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라며 “화력, 원자력, 풍력 등 발전 부문은 모두 커버하려 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풍력도 추진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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