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일 신규 확진자 수 600명을 돌파하며 이미 코로나 2차전에 들어갔다고 여겨지는 일본. 그 중에서도 도쿄는 신주쿠(新宿)와 가부키쵸(歌舞伎町)를 중심으로 경로를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의 집단감염이 연일 보도되며 같은 일본인들조차도 불필요한 방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리고 간호사 400여명이 동시에 사직의사를 밝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東京女子医科大学病院)은 가부키쵸로부터 고작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코로나와의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병원의 수익악화와 직원급여 삭감이다.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은 애초에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의료붕괴를 우려한 도쿄도 측의 계속된 요청에 마지못해 병상 30개를 구비한 코로나 전용병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환자의 병실은 1인 1실이 원칙이기 때문에 병실가동률에서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병실 당 일 4만 1000엔만을 보전해주었고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의료인력과 행정력은 모두 병원이 부담해야만 했다.
심지어 코로나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에 일반 외래환자마저 병원방문을 꺼리면서 손실은 더욱 커져갔다.
결국 계속된 경영압박에 병원 측은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의 모든 구성원에게 올해 상반기 보너스를 전액 삭감하겠다고 통보했고 특히 간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간호사들은 낮은 기본급과 높은 보너스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보너스 전액 삭감은 가계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가 몇 달간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감내하며 코로나와 싸워온 대가가 급여삭감이라는 현실에 그간 참아온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학자금 대출상환은커녕 생활비도 모자라 생활이 불가하다. 매일이 불안해서 솔직히 잠도 못 잔다’(20대 행정직원)
‘우리들이 필사적으로 해온 일에 (병원 측은) 감사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30대 간호사)
‘직원들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셈인가. 이대로는 직원이 환자가 될 판이다’(30대 의료기술자)
현재까지 사직의사를 밝힌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의 간호사는 전체 2206명 중에 400여명으로 5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도 병원 측은 ‘현재는 병상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만약 400명이 관두더라도 어떻게든 병원은 운영된다’며 관둘 테면 관둬보라는 뉘앙스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처럼 의료인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과 불만은 다른 병원들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일본 의료노동조합 연합회가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30%의 의료기관에서 여름 보너스를 삭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액 삭감은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이 유일한 케이스다.
병원과 간호사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일본 내 코로나 환자는 급격히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제2, 제3의 도쿄여자의과대학 사례가 일본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