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재용 불기소 권고에도 검찰은 ‘시간끌기와 명분쌓기’ 골몰(?)

김영섭 입력 : 2020.07.20 05:36 ㅣ 수정 : 2020.07.20 07:08

‘4주째 시간끌기’에 부장검사회의 돌연취소로 ‘명분쌓기’ 비난 자초…“검찰, 불기소‧수사중단 권고의미 되새겨야” 여론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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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발언은 삼성이 안고 있는 대내외적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하루 속히 삼성이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 등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10대 3의 압도적 표차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검찰에 권고한 지 4주째에 접어들었지만, 검찰이 ‘시간끌기’를 넘어 ‘명분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오는 22일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간 주례보고를 전후해 삼성 수사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깃발 뒤로 보이는 삼성 [사진제공=연합뉴스]

 

■ 4주째 무응답에 부장검사회의 ‘돌연취소’…이번주 결론날지 주목
 
검찰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팀 주장과 배치되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 맞닥뜨리면서 기소 대상과 범위, 혐의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로 확인되는, 뚜렷한 이유 없이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4주째 장고(長考)’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수사심의위 의결이 내려지면 통상적으로 1∼2주 내로 권고 사항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 의결이 있었고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의결이 ‘권고’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1∼2주 내에 의결을 따르지 않은 선례가 단 한번도 없다”며 “따라서 이번 역시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인 만큼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가 진퇴양난의 고민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에 갈등설이 불거진 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에 매주 수요일 대면으로 진행되던 주례회의는 3주 연속 서면으로 대체돼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검찰의 이런 저런 ‘시간끌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이른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회의가 ‘돌연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 17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기소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 지검장과 중앙지검 1~4차장 검사, 삼성 수사를 맡고 있는 3차장 산하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장검사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격 취소됐다.
 
취소 배경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예정된 회의를 취소한 것은 이유를 떠나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할 때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를 높고 계속 검토를 이어간 점도 부장회의를 준비한 배경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대검 예규 제1017호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은 중요 사건 처리를 위해 지방검찰청은 부장검사 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법조인은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부장회의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4주째 이어지는 시간끌기가 검찰 나름의 ‘명분쌓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 계속되는 사법리스크에도 이재용 부회장 현장경영행보 ‘주목’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잇따라 일선 사업현장 방문에 나서는 등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적층 세라믹 캐피시터) 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사법리스크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혁신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삼성전기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전장용 MLCC 및 5G(5세대)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부산을 찾은 것은 최근 △5G·AI(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 발달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 △차량용 전장부품 수요 증가 등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사업을 직접 살펴보고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들어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장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격려한 것은 7번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 방문을 시작으로 구미 스마트폰 공장(3월), 반도체연구소(6월), 생활가전사업부(6월), 삼성디스플레이(6월), 사내벤처 C랩(7월)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에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난다. 정 수석부회장과는 배터리 협력을 논의할 예정으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검찰이 앞서 8차례 개최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수용해 따랐고 이번에는 압도적인 의견으로 의결된 만큼 수사심의위 의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차원에서 도입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는 물론 ‘검찰의 수사중단’을 의결한 의미를 검찰 스스로 결코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제도가 현 정부의 대표적 검찰 개혁 정책의 하나로 시행돼 온 만큼 검찰이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되면 스스로 제도 자체를 부정하며 원칙을 훼손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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