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 (110)] 스타벅스 ‘고객 갑질’ 비난받는 5가지 이유

김태진 입력 : 2020.07.08 07:25 ㅣ 수정 : 2020.07.08 07:56

고객 접촉 직장인의 ‘감정노동’ 심각성에 대한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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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지난달 15일 스타벅스 직원 A씨 '블라인드' 어플에 '저는 오늘 고객을 고소했습니다' 폭로글을 게시했다.[그래픽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울산의 한 스타벅스 직원이 매장에서 고객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직장인들의 ‘감정노동’ 심각성에 대해 한국사회와 기업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난달 15일 스타벅스 직원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어플인 ‘블라인드’에 ‘저는 오늘 고객을 고소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제가 고소하게 된 고객은 저에게 삿대질과 욕설을 하였습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해당 글에서 A씨는 “고객은 라떼 2잔이요 라고만 얘기를 했고, 저는 주문을 확인하며 ‘따뜻하게 톨사이즈 2잔 맞으세요?’라고 묻고, 머그컵으로 제공해도 괜찮을지도 확인했습니다”고 밝혔다.

 

고객은 맞다고 결제를 하였으나 음료가 나오자 고객은 대뜸 따뜻한 거 1잔과 아이스 1잔을 시켰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A씨는 사과와 함께 새로 음료를 제공했지만 고객은 욕설을 멈추지 않았고 녹음 중이던 휴대전화를 부수려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A씨는 손님에게도 충격을 받았지만, 직원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 점장의 행동이 자신을 더 좌절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점장은 고객과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대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음에도 그것을 지키지 않고,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며 “그래서 원하지 않는 사과를 강제로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저 사건 이후에 저는 계속해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며 “사건을 알게 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도 말입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7일 기준으로 1117개의 좋아요와 573건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과 추가 글에 나타난 직장인들의 분노는 5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 금호석유화학 직원, “터졌네 인성이” / 중소기업 직원, “어휴 못배워먹은 브르지”

 

첫 째로 분노는 역시 폭언을 퍼부은 ‘갑질’ 고객을 향했다. A씨는 게시글에서 “고객은 계속해서 욕을 하더군요. 저는 계속 이렇게 욕하시면 녹음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고지하였고, 녹음을 시작하자 고객이 휴대폰을 뺏어 앞에 녹음된 부분을 지우고 휴대폰을 부수려 하여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습니다”고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상기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의 “터졌네 인성이”, ABB코리아 직원의 “라떼 두잔에 저 난리까지 치고 싶을까 못낫다 정말”, 투썸플레이스 직원의 “4600원에..하..진짜..개ㅆㄺ 같은 인가..저런건 분리수거도 못해”, 에이스브이 직원의 “갑질하는 사람 다 사라졌음 좋겠다 진짜”, 중소기업 직원의 “어휴 못배워먹은 브르지” 등과 같은 댓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분노와 함께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저도 스타벅스에서 4년정도 근무 하다 진짜 하급 인간들 때문에 거의 대인기피증이 생겨 모르는 사람들과는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려 얼마전 퇴사를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과 상처가 되는 말을 몇 년을 견디기에는 너무 힘들었어요”고 밝혔다.

 

다른 스타벅스 직원은 “(댓글의 응원해주는 사람)형들같은 사람만 고객이면 월급 120받아도 평생직장인데”라고 말하며 갑질 고객이 직장내 스트레스의 '원흉'임을 표현했다.

 

■ 점장에 대한 비난 이어져 / 대한항공 직원 “관리자라는 사람이 저렇게 행동했다는게 더 처참하지”

 

A씨가 게시글에 밝혔듯이 매장과 직원을 관리하는 점장에 대한 분노가 이어졌다. A씨는 “고객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시, 응대자를 현장 배제를 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고, 저를 그 자리에 계속 세워두고 나중에는 고객에게 사과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원하지 않는 사과를 강제로 해야만 했습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항공 서비스직으로 분류되는 대한항공 직원은 이에 공감했다. 그는 “이게 고객한테 당한거보다 관리자라는 사람이 저렇게 행동했다는게 더 처참하지. 나도 당해봐서 알아”고 말했다.

 

삼성전기 직원은 “해당지점과 점장 디엠 다 공개되었음 좋겠습니다. 직장내에서도 최소한 내자식 방어는 해놓고 뒤에서 혼을 내는게 기본아닌가요?”라며 말했고, 삼성SDS “저러고 저 상황 다 지켜본 손님들 주문받으라고 돌려보냈다지...?? 에혀ㅜ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ㅠㅠㅠㅠㅠㅠ”며 공감했다.

 

■ “스벅 대응꼬자리보소” / ‘스벅 불매해야겠다’ 게시글에 좋아요(공감) 29개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1위 업계이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에스에이컨설팅이 주요 커피전문점 8곳에 대해 ‘커피 브랜드 평판조사’를 벌여 지난해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가격 만족도’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스타벅스를 향한 분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와우 스벅 대응꼬라지보소”라며 비판했다. 스타벅스 직원은 이번 사건이 잘 안 알려졌던 것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런거 덮는게 이미지 관리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거 같아요. 벌어진 일이고 직원이 부당한걸 당했으면 막을 생각하지말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면 오히려 박수를 받을텐데 말이죠. 이번일로 고객들의 신뢰를 잃느냐 얻느냐 기로에 서있는건데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벅스 직원 또한 “진전없어. 다들 많이 관심가져줘라”며 “직원한테 덮어씌운다기보다는 그냥 사건 무마하려고 했었지”라며 동의했다. 특히, “회사에서 막긴 하나봐 기사도 메이저 신문사에선 안 올라오구 그나마 올라오는 기사들도 올라오는 족족 삭제됨”이라며 의구심을 표현했다.

 

이에 따라 한 회원은 “나 하루에 스벅 마시는데 그 갑질 녹취록보고 좀 충격먹음...”이라는 내용을 담은 ‘스벅 불매해야겠다’ 글을 게시했다. 이 게시글에는 7일 기준 좋아요 29개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 직원 또한 “미친스벅 이미지 여태 잘 쌓아놓고 한번에 추락시킬 생각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 A씨 폭로 5일 전 블로그에 “스타벅스 직원 인사고과 보복을 당했습니다”

 

A씨는 블라인드에 지난달 15일 게시글을 올렸다. 그전인 지난달 10일 한 블로거는 스타벅스가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고과 보복을 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네티즌들은 A씨와 블로그에 소개된 직원이 동일인물로 추측하고 있다.

 

블로그 작성자는 “제 동생은 스타벅스 직원입니다. 얼마전, 제 동생은 일터에서 갑질 난동 고객을 만나 폭해 피해를 입고 신경정신과에 상담을 다니며 요양중입니다”고 밝혔다. A씨의 해당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임에도 A씨의 상황과 동일하다. 더불어 이 작성자는 “그 와중에 제 동생은 스타벅스에서 인사고과 보복을 당했습니다. 대단하지요?”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직원은 “글쓴님 인사고과 보복 당했다는 후기 있어요. 이것도 공론화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뜻을 모았고, 한화솔루션 직원은 “후기 고구마먹은 듯...ㅎ”이라고 말했다.

 

■ 스타벅스 직원 “댓글에 사람들이 을질이라고 하더라...진짜 기가차고 할말이 없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몇 네티즌들은 되려 ‘을질’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있었다. ‘을질’이란 권리 관계에서 약자이지만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A씨가 고객을 응대하는 데에 있어서 잘못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직원은 “근데 댓글에 사람들이 을질이라고 하더라...진짜 기가차고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 또한 “따뜻한거 시켜놓고 난 아이스 주문했는데 왜 사람말을 똑바로 안들어요 일을 왜 그 따위로 해요 짜증 한숨 인격 모독 들어도 그냥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했음 안 생길 일이었다고 하네ㅋㅋㅋㅋ고객님이 주문하실 때 따뜻한거로 하셨어요 그 한마디가 을질이라니ㅋㅋㅋㅋㅋ”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서비스 직원은 “넘 짜증나 그 점장이란 사람 왜 사과시켜? 직원은 자존심도 없어?? 왜 무조건 사과하래라고 편 들어줘도 못할 망정”이라는 댓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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