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김남호 DB그룹 회장, ‘뉴DB’로 과거 명성 찾을까

김태진 입력 : 2020.07.02 08:29 ㅣ 수정 : 2020.07.02 10:09

하반기 첫 날 ‘2세 경영’ 본격 돌입…“온택트(on-tact)로 미래를 위한 성장발판 하나씩 만들자”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DB그룹의 ‘2세 경영’이 시작됐다. 사측은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불확실성이 불거진 시기인 만큼 김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7년 김준기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인 이근영 회장이 이끌어 왔다. 재계서열 39위인 DB그룹이 ‘2세 경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과거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 [사진제공=DB그룹/그래픽=뉴스투데이]
 

■ 김 회장의 ‘뉴DB’, 온택트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 속 가시적 성과 도출이 과제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며 다짐을 밝혔다. 더불어 임직원들에게 “우리 DB도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뉴DB’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 발언이다. “경영자로서 저의 꿈은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김 회장은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그룹 안팎에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DB금융연구소 부사장 당시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DB손해보험의 ‘2019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DB손해보험 장기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2.4%p 상승한 85.6%를 달성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로, 손해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또한 DB손해보험은 별도 재무제표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51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3% 하락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뉴DB'의 방법으로 “각 사업분야에서 온택트(on-tact) 사업영역과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 달라”고 주문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화 추세가 거세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택트’를 기회로 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업계 최초로 영상통화 상담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7% 상승해 투자영업이익이 3250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해보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보사들의 자동차 운행량과 의료이용량이 동시에 줄어든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 DB하이텍, 성장 가능성 높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입지 넓혀가나

 

DB그룹 전체 매출에서 DB손보,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DB그룹 내 제조업 부문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DB하이텍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파운드리란 생산 시설을 갖추고,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생산 시설 구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수 조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 비용이 높은 사업이다.

 

DB그룹 관계자는 “DB하이텍은 2001년 본격적으로 비메모리반도체를 주요 사업으로 택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10년 넘게 적자에 시달렸다”며 “하지만 이제는 점차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매출 2258억원, 영업이익 6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8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9%에 달한다.

 

김 회장은 2009년부터 2012년 1월까지 3년간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동부제철은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여 결국 지난 2014년 매각했다.

 

김 회장으로서는 다시 한 번 제조업 분야에서 실적 만회 기회를 얻은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평균 5%씩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김 회장이 DB하이텍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3개월 DB손해보험 주가[자료=네이버증권]
 

■ 경영학 석사에 파이낸스 과정까지 엘리트 경영 승계 밟은 김남호 회장, 제철부터 금융까지 업무 거쳐

 

김 회장은 1975년 8월23일 출생으로 올해 만 44세. 1994년 경기고 졸업 이후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로 진학해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데 이어 2008년 UC버클리대에서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김 회장은 2009년 1월 동부제철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첫 DB그룹에 입사했다. 또 △2009년 인사팀 교육담당 차장 △2010년 동부제철 차장 △2012년 인사팀 부장 등 동부제철에서 약 3년간 근무했다.

 

이후 동부팜한농 부장을 거쳐 DB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DB 금융연구소로 옮겼다. 2015년 DB금융연구소 부장이었던 김 회장은 2017년 상무, 2018년 부사장까지 고속승진했다. 차장부터 부사장까지 단 10년이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