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6월 마지막 ‘한 날 한 장소, 이재용 4마디’ 왜 나왔나
[뉴스투데이=김영섭 산업부장]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이 4마디 발언은 대충 봐도 뭔가 절박함과 간절한 호소를 공통분모로 한다. 나아가 비장한 각오까지 느껴진다. 더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을 하루 남겨두고 ‘한 날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연속으로 쏟아낸 말들이다. 그 사연이 궁금하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월30일 삼성전자 반도체부분 자회사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남긴 4마디 말을 꼼꼼히 살펴 봤다. 이 부회장의 심경이 솔직하고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판단된다. 위기극복 의지와 함께 미래를 위한 철저한 대비의 자세다. 검찰 수사 등 수년간 이어지는 온갖 리스크도 뚫고 나가겠다는 ‘글로벌 기업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똑같은 말인 듯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애절함이 발언마다 그 존재감을 발휘한다. 한 마디로 그치지 않은 이유인가. 이 4마디는 ‘불확실성’, ‘갈 길’, ‘지치면’, ‘미래’로 특징지어진다. 지금 이 부회장의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지난 1년 8개월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에다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 왔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리스크에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삼성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은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 삼성은 지난달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례적으로 대(對)언론 호소문까지 내며 “삼성이 위기”라고 했다.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런 호소와 절박함은 이 부회장의 ‘4마디’에도 구구절절(句句節節) 담겨 있다. 이는 연이은 현장경영을 통한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5월18일 이 부회장은 중국행에 몸을 실어 국내외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방문한 세계 주요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을 통해 대내외적 위기극복 의지를 몸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6월 들어서도 현장경영이 잇따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전자 반도체 및 무선통신 사장단과 연달아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19일에는 반도체 연구소, 23일에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급기야 마지막 날, 수원 장비사업장을 찾아 ‘4마디 발언’을 남겼다.
이제 이 부회장의 행동과 메시지는 ‘글로벌 기업인’ 면모를 넘어 결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대언론 호소와 이 부회장의 애절함과 간절함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대로 ‘수사중단과 불기소’로 이어져야 한다.
검찰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의 동의까지 얻어 소집된 수사심의위 권고를 ‘사상 처음으로’ 무시한다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 자체를 부인한 것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의 ‘기소 강행은 출구 없는 무리수’다. 불 보듯 분명하고 뻔하다는 뜻의 명약관화(明若觀火)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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