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현장에선] 한화이글스의 두산베어스 인수,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6.24 11:07 ㅣ 수정 : 2020.06.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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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구단인 두산베어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의 경영난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주요 계열사는 물론 박정원 회장이 큰 애착을 갖고있는 두산베어스의 매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따라 재계에서 카카오 등 게임업체와 신생 IT기업, 그리고 신세계, CJ 같은 유통업체가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막상 의지를 보이는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프로야구팀을 갖고있는 한화의 두산베어스 인수방안이 나와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부인 서영민 여사와 함께 지난 2018년 10월 야구장을 찾아 한화이글스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최근 한화그룹 퇴직 임직원들이 모여있는 한 커뮤니티에 “한화가 두산베어스를 인수해서 강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은 올 시즌 한화이글스가 18연패로 38년 역사의 프로야구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이후에도 1승7패라는 극심한 성적부진에 처해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의 ‘극한 부진’은 한화그룹의 이미지는 물론 전현직 한화가족의 자존심, 충청지역 팬들의 민심 등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데, 그간 경험상 한화이글스에 대한 투자와 육성만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두산베어스를 인수해 강팀을 만들자는 제안인 것이다.
 
■ “한화이글스가 두산베어스 인수, 최강팀 만들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의리를 중시하고,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기업인이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한화이글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과거 타 구단이 상상도 못할 액수를 들여 한화이글스에 비싼 선수들을 사주기도 했다.
 
현재 기업승계 과정이 진행 중인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또한 승부사 기질을 갖춘 스포츠 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엄친아’인 김 부사장은 격투기 같은 운동을 즐기는 한편 국내외 우수 선수를 영입, 여자프로골프팀을 운영하면서 한화큐셀과 같은 태양광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역 연고는 충청도다. 김승연 회장의 선친, 김종희 한화그룹의 창업자는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김승연 회장은 어릴적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천안 등 충청사랑이 각별해 이 지역에 공장을 짓는 등 많은 투자를 했다.
 
충청지역의 명문고이자 야구팀으로 유명한 천안북일고를 설립하고 한화이글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같은 고향사랑의 실천이다. 그런데 한화이글스는 1999년 단한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늘 중 하위권을 맴돌다가 최근 10여년간은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 “한화이글스 투자만으로는 하위팀 못 벗어나” 인수가능성 불씨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40년에 걸친 공격적 경영으로 현재 재계순위 7위의 ‘슈퍼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있다. 한화이글스는 그룹의 이미지이자 자존심인데 한화의 규모에 비해 성적이너무 초라하다. 충청연고 기업으로서 이 지역 팬들에 대한 ‘예의’ 문제까지 달려있다.
 
부산에서 롯데가 그렇듯이 충청지역에서 한화이글스의 성적이 나쁘면 모기업은 물론 총수인 김승연 회장과 후계자 김동관 부사장에 대한 여론까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승연 회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한화이글스에 ‘통큰 투자’를 해왔다.
 
김성근 김응룡 같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을 감독으로 들이기도 했고, 큰 돈을 들여 비싼 외국인 선수, FA시장에서도 유명선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 야구 전문가들은 한화이글스가 재도약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의리왕’ 김승연 회장이 직접 두산그룹과 박정원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두산베어스 인수에 나서기는 곤란한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베어스 인수자를 백방으로 물색하고 있는 만큼 한화 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한화의 두산베어스 인수에 다른 구단은 어떻게 나올까? 서울 연고지는??   
 
실제로 한화그룹이 두산베어스 인수에 나설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나머지 9개 팀의 태도다. 40년 가까운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프로야구팀의 매매나 신규진입은 다른 구단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1982년 처음 출범했을 당시 프로야구팀은 6개 팀으로 1년동안 팀당 80경기씩 총240경기를 했는데 현재는 10개팀이 팀당 144경기, 총 720게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를 동시에 응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느 야구팬이 SNS에 올린 두 팀의 합성유니폼.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10구단인 KT위즈 창단을 앞두고 짝수팀 체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기존 9개 구단 체제에서는 나머지 8팀이 짝을 이뤄 3연전을 하는 동안 한팀씩 돌아가며 3일간의 휴식 및 재정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화가 두산베어스를 인수해서 다시 9개팀 체제로 가는 것에 대해 타 구단들이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는 연고지 문제다. 현재 두산베어스는 서울이라는 가장 큰 시장에서 최대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관중수입은 물론 여러 가지 마케팅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한화가 두산베어스를 인수해서 하나의 팀을 만들어 충청지역을 연고로 한다면 서울연고 경쟁팀인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스는 ‘대환영’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오랜기간 두산베어스를 응원해온 서울지역의 팬들의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한화이글스의 두산베어스 인수, 과연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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