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노린다고?···중국행 티켓의 3가지 리스크
중국 거대 기업들의 한국 인재 사냥이 거칠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기업의 체감 위험지수는 심각하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재사냥은 중국이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좁혀나가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재벌비판에 주안점을 둘지, 아니면 중국과의 경제전쟁에 국력을 모아야 할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 선택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최근 SK하이닉스에 연락을 취했다. 우수 반도체 엔지니어 ‘무정년제’의 현황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018년 12월 기술력이 높은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우 정년(60세)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100세 시대에 부응하는 SK하이닉스의 무정년 제도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는 많은 직장인들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는 “현재 반도체 엔지니어 중 몇 명이 무정년제에 들어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제도가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정년 연장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 신상을 노출하게 되면 중국 측 헤드헌터들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설명이다. 이석희 사장이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하고 100세 시대의 새로운 고용보장이라는 취지를 담아 시행중인 ‘반도체 엔지니어 무정년제’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는 게 중국 기업의 ‘한국 인재사냥’ 때문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무정년제 대상의 규모를 말해 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몇 명인지, 또한 있는지 없는지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게 되면 현재 정년자가 몇 명 정도인지, 우수 반도체 인재 규모 파악이 대외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을 앞둔 기술자들의 ‘임금 피크제 방식’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 기업이 한국기업의 임금피크제 현황을 파악할 경우, 그에 맞춰서 스카우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느껴졌다.
중국의 ‘한국인재 빼가기’ 전략은 과거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군에서 이뤄진 바 있다. 중국은 LCD 자체 기술보다 한국 기업 인력을 영입해 LCD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실제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1위인 BOE의 공장에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기업들은 대규모 저가 공세를 앞세워 경쟁 업체들을 압박해 나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낮아진 LCD 사업을 포기하기까지 중국의 인재사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제는 중국기업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D램 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타깃이다. 해당 기업들은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LCD 인력 빼가기처럼 중국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와 OLED 인재들을 대상으로 무작별적 스카우트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은 고연봉, 아파트, 학비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뉴스투데이 취재 결과 이들의 달콤한 조건은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행 리스크는 3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 ‘연봉 3배’는 허구, 중국 내 외국인 근로자 개인소득세법은 월수익의 최대 45%까지 떼어가
한 회사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어플인 블라인드에서 “중국기업으로 갈 경우 계약은 무조건 실수령 금액으로 하세요”라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 “현지의 외국인 노동자 세법이 (국내와) 달라서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떼갑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으로 추정되는 회원 또한 “내 선배도 중국 가니까 외국인만 적용되는 법으로 세금 내야 하고, 처음에 프로젝트장 시키면서 중국애들 키우니까...키운애들은 다른 프로젝트 맡고...다른 중국인 키우기 and 불가능 프로젝트 받아서...성과못내서 짤림. 간다면 외국인만 적용된다는 중국세금 잘 받아보고 가시길”이라고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중국 업체들은 기존 연봉의 3배 이상 고연봉에 최소 3년 근무를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1인 평균급여액은 1억800만원이었다. 중국 업체들은 국내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약 3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수령액은 이와는 다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은 중국은 지난해 1월1일부터 개정된 ‘신 개인소득세법’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월 소득액이 4500위안(약 25만원) 미만의 근로자에게는 세율 3%, 8만위안(약 1372만원) 초과 근로자는 세율 45%를 부담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연봉 174만위안(약 3억원)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월급은 14만5000위안(약 2500만원)이다. 이의 경우 기본 공제액(5000위안)을 제외하고 45% 세율을 적용해보면 6만3000위안(약 1080만원) 개인소득세가 발생한다. 즉, 월급은 8만2000위안(약 1406만원)이 된다.
이외에도 한국의 4대 보험과 같은 중국의 5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양로보험(한국의 국민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공상보험(한국의 산재보험) △생육보험(일종의 출산보험) 등이다. 중국·한국 고객센터 컨설팅 업체인 ‘BOKSC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개인 부담금은 △양로보험 8% △의료보험 2% △실업보험 0.5% △공상보험 0% △생육보험 0% 등으로 총 10.5% 가량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더불어 중국 거주기간에 따라 연말정산 등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기타 세금 적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즉, 3억원의 연봉을 약속해도 실수령액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 되는 것이다.
■ 계약서에는 ‘3년 보장+연장’ 합의, 실제로는 기술 빼간 후 ‘토사구팽’
한국철도공사 직원은 “계약을 3년 한다고 실제 3년이 다 채워지는건 아닌 경우가 많다던데...”라며 불안감을 표현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또한 “다른건 몰라도 3년 보장은 못 믿습니다. 중국에선 회사에서 걍 계약 파기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아요”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직원은 “계약서 방식이 한국이랑 다릅니다. 중국은 계약무효시키고 싶을때 합의로 새로 바꾸고 잘라요. 성과 없으면 이게 또 그 명분이 됩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불안감은 중국 업체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엔지니어들을 영입한 뒤 필요한 기술만 빼내고 ‘토사구팽’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중국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2~3년의 고용 보장을 제시한다. 실상은 프로젝트를 맡긴 후 예상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따른 몇 달치 월급만 받은 후 한국으로 복귀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LG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회원은 “중국은 가지마세요. 주위에서 얘기들으니 연봉 많이 준다고 갔다가 일년만에 기술 다 뽑아가고 버린다고 하네요”고 당부했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으로서 현지에서 소송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 중국업체 이직자는 ‘낙인효과’로 국내 복귀 어려워 /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 2018년 말 삼성전자 전직금지가처분 신청 5건
중국 이직은 국내 기업들에게 민감한 사항인 만큼 중국에 갔던 인력은 국내복귀가 어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혐의’,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의 적용을 받아 소송을 당하거나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는 경우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삼성전자가 법원에 자사에 근무했다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전직 임원에 대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임원은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를 담당한 인사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18년 12월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건 이상의 전직 금지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이중 2건이 중국 기업을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 한 블라인드 회원은 “중국에서 국내로 복귀가 힘들 것”이라며 “중국기업들을 경쟁으로 삼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우 낙인이 찍히더라”고 말했다. 다른 회원 또한 “전 회사에서는 중국 이직자 별로 선호 하지 않음 또 그럴까봐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