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네이버·카카오 ‘빅테크 메기들’에 대응나선 금융권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6.17 05:47 ㅣ 수정 : 2020.06.17 05:47

종합플랫폼으로 고도화·이종 협업 강화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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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 메기들’이 연달아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은행·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의 대응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은행·카드사 등이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을 종합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전자상거래(e-commerce·이커머스)·통신 등 타 업종과의 협업을 확대해 혁신적인 서비스 및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메기들’이 연달아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금융권의 대응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들이 연이어 금융상품·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빅테크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이들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결제로 확장한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증권사 등과 협업해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연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핀테크 업체가 단독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네이버 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금융권 고유의 영역에 무섭게 파고드는 빅테크 메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 네이버, 간편결제 플랫폼 기반으로 금융-이커머스 연동…충성고객군 락인(Lock-in)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통장·쇼핑과 연동해 간편결제 플랫폼을 더욱 확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테크핀(TechFin) 상품인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Cash Management Account)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연 3%대 기본 수익률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3%대 금리가 최대 100만원 이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는 크게 경쟁력이 없다고 봤다. 100만원 초과분은 연 0.35~1%대 금리가 적용되며 이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각종 혜택을 제공해 충성고객군을 락인(Lock-in)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네이버페이라는 플랫폼이 더 비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네이버페이를 충전해 결제하면 최대 3%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즉 네이버페이 결제로 네이버쇼핑을 이용하면 마치 신용카드를 사용하듯이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연내 개정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올해 안으로 간편결제 이용한도 상향조정·종합지급결제업 등을 도입해 핀테크 플랫폼 혁신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충전한도는 현재 200만원이다. 이를 개정안대로 300만~500만원까지 늘린다면 일일이 충전할 필요없이 거액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금융권은 개정안에 포함된 종합지급결제업(My Payment)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는 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우체국·새마을금고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핀테크 업체도 은행 계좌 없이 현금 인출·보관, 결제·송금, 금융상품 중개·판매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A씨는 “예금수취를 제외하고 은행 대부분의 업무를 사실상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며, “플랫폼 강자들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카카오,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증권·은행 계좌 개설까지…생활 속 간편한 펀드 투자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를 자사 증권 계좌 및 타은행 계좌와 연동해 플랫폼 확장에 나섰다.

 

지난 2월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통해 연 최대 5% 고금리 제공을 무기로 내세웠다. 즉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바꾼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만원 한도 내에서 5월 말까지 연 5% 수익을 제공했다. 1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매주 0.6%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는 지금까지 총 125만명이 개설했으며, 펀드 투자 계좌는 출시 약 100일만에 20만개를 넘어섰다.

 

이달부터는 ‘알 모으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는 7월까지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고 받은 리워드의 두 배 금액이 펀드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방식이다. 리워드는 온·오프라인 결제에 상관없이 모두 제공되며 월 30회까지 100% 지급된다. 해당 서비스 신청자는 일주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더해 푼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해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한다.

 

카카오페이 측은 “두 서비스 도입 이후 하루 평균 5만 건 이상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생활 속 소액 펀드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8일 하나은행과 ‘하나카카오페이통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 앱에서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모바일, 인터넷뱅킹, ATM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또한 카카오페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달리 같은 계열사에 카카오뱅크가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시너지 향상도 가능하다.

 

실제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간의 강력한 결합에 나설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카카오 공동체간의 연결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금융권,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종합플랫폼으로…이커머스·통신 등과의 이종 협업 확대

 

빅테크의 약진에 은행·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은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을 종합플랫폼으로 고도화 하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일 자체 모바일 결제플랫폼 ‘신한 페이판(PayFAN)’에 ‘마이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병원 예약부터 수납까지 비대면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현재 이용가능한 종합병원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중앙대학교병원 등이며, 올해 말까지 10여개 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보험사로 청구서류를 전송하는 실손 보험 청구 서비스와 약국으로 처방전을 직접 전송할 수 있는 전자처방전달 서비스 등을 올해 하반기 내에 추할 방침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디지털금융을 선도함으로써 신한페이판의 생활금융 종합플랫폼 진화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더욱 혁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금융지주 카드사는 생활 속에서 특화된 간편결제 플랫폼 강화 등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B씨는 “이들은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에 비해 종합플랫폼 구축 기반이 약한 편”이라며, “틈새시장을 타게팅한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등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 11일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ICPS·In Car Payment System) 구축에 참여했다.

 

현대카드 측은 “운전자가 실제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ICPS 시스템과 카드사, 가맹점들 사이에 이뤄지는 복잡한 결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타 업종이 지닌 방대한 고객풀(pool)을 대상으로 신규 서비스·상품 등을 출시하고 있다.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와 제휴해 ‘신한 11번가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5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3개월제 정기예금으로 연 3.3%의 금리를 제공한다. ‘11번가 신한카드’ 이용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 연 2.2%의 추가 리워드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KDB산업은행 역시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지난 15일 최대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테크핀 CMA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SK텔레콤 고금리 적금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빅테크와의 경쟁 속에서 기존 금융권의 이종협업은 필수”라며, “금융권 사이에도 고객유치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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