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가 일하는 법(1)] ‘물리적 통합 통한 화학적 융합’ 업무추진…송병준 대표 리더십
임은빈
입력 : 2020.06.16 09:56
ㅣ 수정 : 2020.06.16 10:20
게임빌-컴투스 ‘형제 기업에서 한지붕 속으로’…모바일서 글로벌로 시너지 효과
헨리 포드는 통조림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품종 대량생산시대를 열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넘어오면서 소수인원이 팀을 구성해 작업하는 ‘워크 셀’이 대세가 됐습니다. 명품차 페라리는 한 명의 장인이 한 대의 차를 완성시키는 방식을 통해 생산됐습니다. 이처럼 걸작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탄생합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의 특징과 장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형되는 추세입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법’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일하는 법’에 대한 뉴스투데이의 기획보도는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과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게임빌’과 ‘컴투스’는 모바일게임 전문회사로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다. 2013년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그야말로 형제 기업으로 거듭났다. 인수 이후 출시한 게임들이 거둔 놀라운 성적 덕에 게임빌과 컴투스는 한때 게임업계 대장주로 꼽히던 엔씨소프트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게임빌의 본점이었던 서울 서초동 사옥을 컴투스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BYC하이시티로 이전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사옥 이전으로 ‘경영환경 개선 및 업무 효율성 증대’를 노리고 있다. 한때 모바일 게임 시장의 1, 2위를 다투던 컴투스와 게임빌이 형제 기업이 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면서, 채용과 사보 제작 등 게임빌과 컴투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업무의 효율성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컴투스와 게임빌의 일하는 방식을 ‘물리적 통합을 통한 화학적 융합’으로 특징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회사 업무 효율성의 중심에는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송병준 대표가 있다.
■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송병준 대표, 온라인 대세 시절에 모바일 게임에 집중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성공한 모바일 게임 기업을 꼽으라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기업은 몇 없을 것이다. 송병준 대표는 우리나라의 게임업계가 한때 온라인 게임 개발에 힘을 쏟고 있을 때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 인물이다. 게임빌은 과거부터 꾸준히 모바일 디바이스를 공략해 왔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의 중심에 선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 송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선구안이 탁월한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준 개척자인 셈이다.
송 대표는 1976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벤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학창시절 송 대표는 벤처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벤처기업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나눠왔다고 한다. 1998년 졸업한 후 2000년 모교 학부생들과 함께 자바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업체인 ‘피츠넷’을 설립했다. 그는 벤처 창업동아리 시절에 나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창업에 대한 도전의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으로 회고하고 있다.
‘피츠넷’은 창업과 함께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한 게임 포털 사이트인 ‘게임빌’을 운영했는데 이 사이트는 오픈 3개월 만에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10여 개 업체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하기에 이른다. 유료화로 전환한 이후 한 달 만에 매출 4000만원을 넘기며 빠른 성장을 이어갔다. 피츠넷이라는 사명보다 운영 사이트인 게임빌로 유명했던 이 업체는 창업 이듬해인 2001년 4월 사명을 게임빌로 변경했다.
게임 사이트를 통해 성장하던 ‘게임빌’은 2001년 당시 블루오션이었던 휴대폰 단말기용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이전인 피처폰 시절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 안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란 마음에서 모바일 게임 사업을 선택했다고 알려졌다. 사업 시작과 동시에 게임빌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자체가 변방 사업으로 취급되던 분야였다. 이에 모바일 게임업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15개 모바일 전문 게임업체는 모바일 게임협회를 발족하게 되는데, 송병준 대표가 이 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2003년 공개된 원 버튼 액션 게임 ‘놈’이 크게 성공하면서 게임빌은 한 발짝 더 나아간 성장세를 이룬다. ‘놈’은 휴대폰을 돌리면서 즐기는 게임으로서 세계 최초로 휴대폰 파지법을 상황마다 달리해서 즐기는 게임이다. 그 이전부터 ‘프로야구’ 시리즈를 통해 비교적 높은 매출을 기록하던 게임빌은 놈 시리즈를 계기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개발력과 창의력을 함께 인정받는 기업이 됐다.
■ 컴투스, 글로벌 시장서 게임빌 이어 큰 성공…시너지 효과 내다
‘모바일’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송 대표가 주목하고 있던 또 하나의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사업 초기부터 송병준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움직였다. 2002년에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당시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인 ‘노키아’와 협상해 모바일 게임 6종의 공급을 내용으로 한 계약을 했다. 이듬해에는 영국의 모바일 게임사인 ‘매크로 스페이스’와 게임빌 게임 5종의 유럽 서비스 공급 계약을 했다. 이후 프랑스, 독일에 이어 레바논 업체와도 계약하면서 중동시장까지 진출한다.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게임빌은 2006년 국내 게임사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법인까지 설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대폰용 게임 선두 기업이자 글로벌 시장을 주목하고 있던 게임빌은 스마트폰 혁명의 도래기에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2009년 2월에는 국내 게임사들 중 처음으로 글로벌 앱 마켓에 진출했고 같은해 선보인 ‘베이스볼 슈퍼스타즈’와 ‘제노니아’는 구글, 애플 양대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게임빌은 다른 기업에 비해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한 게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늘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당시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 2종 이상의 게임을 올린 기업은 세계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인 EA와 게임빌, 단 두 회사뿐이었다. 2010년 게임빌이 내놓은 ‘제노니아 2’는 한국 게임 최초로 출시 이튿날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게임빌은 2009년 7월에는 기업공개를 단행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2007년 IPO를 진행한 컴투스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 공개한 국내 모바일 게임 전문사가 됐다.
모바일 게임 시장 선두를 다투던 게임빌과 컴투스는 누가 보더라도 경쟁사의 관계로 여겨지던 사이였으며, 그런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게 된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치 못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2013년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 게임빌은 2013년 10월 컴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며, 송병준 대표는 같은해 12월부터 게임빌 대표직과 컴투스 대표직을 겸임하게 된다. 보통 형제 기업이라고 칭하고 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컴투스는 게임빌의 자회사라고 볼 수 있다.
캐주얼 게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가던 게임빌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점차 코어 장르, 역할수행게임(RPG) 중심으로 변모해 가던 2014년에 ‘별이되어라’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했다. 게임빌의 모바일 RPG 이상의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 컴투스에서도 나오게 되는데, 2014년 4월 출시한 ‘서머너즈워’다. 차츰 인지도를 넓혀간 이 게임은 전 세계 앱 마켓 매출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시장 성공 모바일 게임으로 꼽힌다. ‘형제 기업’에서 ‘한지붕 속’으로 들어온 두 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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