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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의 양자보안 접근 전략 3인 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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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6.16 07:19 ㅣ 수정 : 2020.06.16 08:30

선두주자인 SKT 즉각 상용화, KT 기술 표준화, LG U+ 세계 최초기술 개발 주력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양자 컴퓨팅 시대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양자 보안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치열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의 양자보안 접근 전략이 국내 정보통신 시장 내 위치, 최고 경영자의 경영 비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SK텔레콤은 즉각적인 상용화에 역점을 두는 반면,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는 기술 표준화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에 주력해 판세를 뒤엎으려는 도전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20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월드IT쇼(WIS) 2014' SKT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통신 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양자 컴퓨팅은 세상의 모든 물리량을 쪼개고 쪼갰을 때 마지막에 남는 최소 단위의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의 ‘중첩’과 ‘얽힘’이란 물리적 특성을 트랜지스터처럼 활용해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대표적 양자보안 기술인 양자암호통신과 양자내성암호
 
현재의 트랜지스터는 전자를 흘려보내거나 막는 것으로 1과 0을 표현하면서 연산과 저장 작업을 하는 반면, 양자는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더 다양하게 값을 표현할 수 있어 연산과 저장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구글은 지난해 9월 현존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1만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단 3분 20초만에 푸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뚫는 해킹 기술에 활용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양자 보안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가올 양자 컴퓨터 시대에 직면하게 될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양자암호통신 기술과 최근 암호보안 영역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기술인 양자내성암호 기술 등이 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통해 암호키를 교환하는 기술로 암호키 교환 영역에서 확실한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으나, 별도의 양자키 분배장치와 안정적인 양자키 분배 채널이 필수적이다.
 
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 5G 스마트폰 탑재
 
이와 관련된 기술로 SK텔레콤이 즉각적인 상용화에 역점을 둔 ‘양자난수생성(QRNG)’ 기술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8년 QRNG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기업 IDQ를 인수한 이후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기업인 ‘비트리’와 손잡고 스마트폰에 들어갈 수 있는 쌀알 크기(가로2.5㎜×세로2.5㎜)의 QRNG 칩셋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SK텔레콤은 100만번의 실험을 거친 이 칩셋을 삼성전자와 협력해 5G 스마트폰에 탑재했고, 지난달 22일 ‘갤럭시 A 퀀텀’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SK텔레콤 측은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면서 “IoT, 자율주행 기술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양자난수생성 칩셋은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암호화는 난수(특정한 규칙이 없는 숫자 조합)를 이용한 암호키를 사용하지만 일정한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천만 번 관찰하면 반복 패턴이 발견돼 뚫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칩셋은 ‘완전(순수)한 난수’를 만들기 때문에 아무런 패턴이 없어 안전하다.
 
업계에서는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 QRNG가 스마트폰에 도입된 만큼 머지않아 다음 단계인 양자암호통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도청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하는 ‘양자키 분배(QKD)’ 기술이 핵심이다.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하는 KT. 사진은 서울 광화문 KT 사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KT, ITU-T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술 표준화 주도
 
QKD 기술을 네트워크에 적용하면 통신 데이터를 단 1번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전달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된 네트워크에 해킹이나 도청을 시도하면 상태가 변화된 정보만 얻게 돼 보안성이 뛰어나다.
 
양자보안에선 후발주자인 KT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전송하는 실증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KT가 자체 개발한 ‘양자키 분배 시스템’과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암호화 장비’를 통해서 이뤄낸 결과이다.
 
KT는 양자키 분배 시스템이 공급하는 양자로 만든 암호키를 이용해 암호화 장비가 데이터를 암호화해 전송하는 구조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설계했고, 실제로 송수신했을 때 속도가 떨어지거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아 원활하고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양자보안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최근에는 정부의 양자암호 통신망 구축의 사업자로도 선정됐지만, KT는 그동안 표준화 논의에 더 주력해 왔다. 지난해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SG13 국제회의에 참석해 신규 표준화 과제를 대거 채택시키는 등 ITU-T와 관련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14개 중 6개가 KT 주도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양자내성암호 세계 최초로 통신장비에 적용
 
LG유플러스가 개발중인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양자 컴퓨터로 풀어내는데도 수십억 년이 걸리는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해 암호키 교환, 데이터 암·복호화, 무결성 인증 등 보안의 주요 핵심요소에 대한 보안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 마곡 사옥에서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모듈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G유플러스]
 
이 기술은 별도의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어 휴대폰에서 소형 IoT 디바이스까지 유연하게 적용되며,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IBM·아마존·구글·MS 등 글로벌 기업들과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서울대학교 산업수학센터, 크립토랩과 함께 양자 컴퓨터로도 뚫지 못하는 양자내성암호(PQC: Post Quantum Cryptography)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고객전용망 장비에 적용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국내기술로 산·학·연이 협력해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LG유플러스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 5G 서비스와 유·무선 가입자 서비스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천정희 서울대학교 산업수학센터장은 "양자내성암호를 세계 최초로 통신장비에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라면서 “상용화를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동통신 3사의 양자보안에 대한 출발점과 방향은 달랐지만 양자 컴퓨팅 시대가 가까워오면서 상이한 접근 전략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고 관련 기술도 융합되면 국내 양자보안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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