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A 사업확장 4년간 제자리…“골든타임 놓친다” 우려감 고조

김영섭 입력 : 2020.06.08 07:36 ㅣ 수정 : 2020.06.08 09:21

대외리스크·사법리스크 동시다발…삼성, 창사 이래 최대 위기 경영정상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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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국내외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전략과 사업구조 전환 필요한 시점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멈춰섰다’는 지적이 최근 나온다.

 
국내와 기업환경이 엄혹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한일갈등 재점화 등 각종 글로벌 이슈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구조조정하는 것 외에 추가 성장동력 발굴에는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 [사진제공=연합뉴스]

  

■ 글로벌 기업 공격적 M&A…삼성전자는 사업확장 발 묶여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기업은 정보기술(IT) 업종의 스타트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아진 기회를 틈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체 '비컨'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애플은 4월 초 일주일 만에 3건의 스타트업 인수를 잇달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MS는 메타스위치 인수 3주 전에는 이동통신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어펌드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글로벌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언스트앤드영(EY)이 최근 전 세계 기업 경영인 2천900여명으로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향후 1년 이내에 기업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글로벌 IT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Harman)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M&A를 결정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는 등 4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 삼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느리다”면서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찾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미중분쟁·한일갈등 대외변수에 재계 우려감 고조
 
여기에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국내 반도체의 리스크가 커졌다.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화웨이를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곤혹스런 상황이다. 두 회사가 화웨이에 납품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규제 대상은 아니다. 당장 영향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더욱이 한국 입장에선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이해관계가 있어 편을 들기가 난감하다. 최악의 경우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다시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한일 관계는 지난 2일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를 선언하며 긴장감이 돌았으며, 한국 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에 대한 법원 결정문을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하며 더욱 얼어붙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미중 분쟁 등 변수로 불확실성이 치솟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 위기까지 겹치자 서둘러 비상경영 체제를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한일 갈등이 재고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부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선 한일 갈등이 재점화하며 국내 업체들의 최근 투자 행보까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평택캠퍼스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이달 초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은 대외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 길어지면 실물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다각화 노력이 진행 중이나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재는 수년, 설비와 부품은 그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 맹추격 중인 중국 반도체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질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내 128단 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100단 이상의 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라는 큰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한일 갈등이 다시 불붙으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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